
6자회담 미국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과 조지프 디트라니 특사가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핵 관련 정책에 대한 의뭔들의 질책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탈북자 출신 ‘조선’ 기자 만나 ‘북 인권’ 거론 한-미 정상회담서 특별한 언급 없더니
“한국인은 왜 북 인권유린 분노하지 않나”
정부, 6·15 앞두고 애써 “압박카드 아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를 만나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을 두고,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 책 <평양의 수족관>을 쓴 강씨와 부시 대통령이 만나는 사진을 세계 주요 언론에 배포하는 등 이날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평양에선 6·15 남북 정상회담 다섯돌을 기념하는 민족통일대축전이 남쪽 당국과 민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렸다. 남북이 6·15 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화해와 협력을 다지는 마당에,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 압박카드로 인식돼 왔고,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불러오곤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강씨에게 “경제적 압박으로 고통받을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임산부나 어린이가 굶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한국민은 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미 행정부내 강경파의 수장으로 꼽히는 딕 체니 부통령도 배석했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10일 한-미 정상회담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긴 했으나, “북한 인권 문제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 더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결국 두 만남을 이어보면, 북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강씨와의 만남에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4일 사설에서 “혹자는 부시 대통령이 ‘폭군’이라고 지칭했던 사람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부른 데서 깊은 의미를 찾으려 했지만, 북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더욱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강씨와의 면담”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은 부시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리들이 북한 인권을 거론하거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비난할 때마다 증폭되곤 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호칭에 유의한다며, 앞으로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만남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회적으로 인권 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다 갖고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부시 대북정책, 일관성없고 비효율적” 미 상원 북핵청문회 14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상원의 북핵 청문회에서 공화·민주 의원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일관성이 없고 비효율적”이라거나 “북한 정권 교체가 목표라는 인상을 줘 외교적 해결을 방해한다”고 거세게 몰아부쳤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평양의 우려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도 혼란스럽게 했다”고 비판했다.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조셉 바이든 의원도 “몇몇 (강경한) 발언들이 외교적 진전을 늦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해졌다”며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내부의 정책 이견에 의해 사실상 마비돼있다”고 몰아부쳤다. 루가 위원장은 또 “중국의 대북 압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노력은 미-중간의 은밀한 대화가 언론에 새나감으로써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행정부 일각의 ‘정보 흘리기’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북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다자회담을) 양자 형태로 전환시키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6자 회담 과정에 되돌아온다면 (6자 회담 틀 안에서) 더 많은 양자 접촉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더 달콤한 제안을 하기를 기다리며 긴박성 없이 앉아 있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은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셉 디트러니 대북 협상특사도 “(북한 인권문제나 북한의 국제 혁명세력 지원 등은)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있는 한) 우리는 (관계) 정상화 쪽으로 움직일 수 없다”고 북한 인권문제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연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인권 등이) 비핵화나 (대북) 안전보장 문제의 걸림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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