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정 통일 만나 북 ‘6자복귀’ 시사에 기대감 표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자 회담 복귀 용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처음의 냉정함에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북핵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김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6자 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이니셔티브’라고 평가하고, “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모멘텀(계기)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이번 면담이 앞으로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의 이런 언급은 “(김 위원장 발언에)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말하길 원치 않는다”던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의 지적에 비하면, 낙관론 쪽에 좀더 무게를 둔 것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만 해도, 김 위원장이 “미국과 협의해 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의 또다른 수사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반적인 기류는 여전히 신중한 편이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일 예루살렘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시엔엔>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6자 회담에) 올 수 없는 핑계를 만들기 좋아한다”며 “이것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한국, 미국 등이 단합해 그들에게 ‘이제는 핵무기를 제거할 때’라는 말을 하는 상황에 직면하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북한이 (회담 복귀) 날짜를 정할 준비가 될 때 우리는 들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해 조지 부시 행정부 내 협상파들이 ‘실질적 회담 성과’를 강조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이 회담 복귀를 놓고 협상을 시도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면서, 회담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미리 압박하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자칫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를 흘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부시를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부분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라며 “이건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로 부른 데 대한 답변인데, 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회담 복귀 쪽으로 움직이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김 위원장 발언은 (북한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고, 부시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그 앞날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pcs@hani.co.kr
그는 “북한이 회담 복귀 쪽으로 움직이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김 위원장 발언은 (북한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고, 부시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그 앞날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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