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외면…일반국민과 먼거리
이번 8·15 특별사면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을 뒤집으며 ‘무리한 사면’을 반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사면권 오·남용 방지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사면까지 포함해 취임 이후 2년 반 만에 다섯차례 사면을 했다. 임기 2년 반이 남은 점을 고려할 때, 노태우(8회), 김영삼(9회), 김대중(7회), 노무현(5회) 정부보다 적지 않은 횟수다.
사면 내용을 봐도 갈수록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그나마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 기업인과 함께 영세민과 생계형 운전자 등도 대규모 사면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단독 특별사면이라는, 전례가 드문 형식으로 특혜를 베풀어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사면에서는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와, 그에게 공천헌금을 건넨 김노식 전 의원, 김순애(양정례 전 의원의 어머니)씨 등 2008년 총선 선거사범을 사면한 것에 논란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제 임기 동안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민생·생계형 사면은 외면했다.
8·15 특별사면에 관해 한나라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안형환 대변인은 “특별사면은 법질서 확립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면서도 국민대통합과 경제살리기란 측면에서 단행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원칙 없는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재벌 총수와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사면된 유전무죄 사면”이라며 “사면권은 국민평등과 법치주의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면권 남용은 자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과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각각 “정권에 무차별 탄압을 받고 구속된 쌍용차 노동자들을 사면해야 한다”, “이런 사면이 친서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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