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 ④ 보수의 복지
박근혜 ‘복지’ 주창 왜
박근혜 ‘복지’ 주창 왜
“아버지의 꿈은 최종적으로 복지국가였다. 여전히 이루지 못한 우리의 궁극적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처음 공개적인 자리에서 복지국가를 언급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30주기 행사 자리에서였다. 같은 해 9월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경제성장과 더불어 환경, 복지가 중요하다. 소외되는 사람들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가의 모습”이라고 썼다. 지난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도 그는 “경제에서 민간부분은 이익극대화에 치우쳐 사회공동선을 경시했고, 정부 역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복지국가론의 일단을 내비쳤다.
■ 박근혜 복지는 ‘지속가능한 복지’ 박 전 대표의 복지는 ‘지속가능한 복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복지는 무조건적인 복지가 아니다”라며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복지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 해법으로 인적자원 개발을 생각하고 있다.
한 측근은 “사회적 약자를 자활할 수준까지 복지제도가 뒷받침해주고 이후 이들이 생산활동을 하게 되면 국가재정부담도 덜게 될 것이라고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를 투자의 개념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장애인이나 탈북자 등 사회경제적인 소외계층들에게 수당이나 연금 정도를 지원하는 데 그치는 복지는 안 된다. 이들이 자리를 잡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항구적인 복지체계를 유지하려면 복지 예산이 결국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투자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복지 재정 투입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 상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했던 그가 하반기 기획재정위로 옮긴 이유도 결국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이란 해석이다.
한 참모는 “복지는 결국 재정 배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체 국가재정 가운데 어떻게 얼마나 복지 예산을 편성하고 이 예산이 결국 어떻게 일자리 창출과 부의 창출로 돌아올 수 있는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려 기재위를 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복지국가론은 한계와 모순을 지닌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을 때 이른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치를 세운다는 정책) 정책을 간판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전형적인 감세 정책이자 신자유주의 노선이다”라며 “이런 신자유주의적 정치철학의 교정 없이 복지국가를 하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신자유주의 국가를 지향하되 가난한 사람에 대해선 시혜적인 복지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말했다.
■ 박근혜, 왜 복지국가 주장하나? 박 전 대표가 복지국가란 화두를 잡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기본적으로 부친이 못 이룬 꿈을 완성해 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복지국가를 이룬다면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독재라는 무리한 수를 쓰면서도 산업화와 근대화를 추진한 것은 결국 복지국가를 이루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현 정권이 가진 사람들 중심의 정책을 펴면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쪽에선 우파적인 정책을 유지하되 복지는 강화하는 쪽으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36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치적으로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현 정권이 가진 사람들 중심의 정책을 펴면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쪽에선 우파적인 정책을 유지하되 복지는 강화하는 쪽으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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