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잡아요, 화장실에서 사진 찍었어요!”
1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 회관 8층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비명과 함께 여자화장실에서 한 30대 남성이 뛰어나왔다. 막다른 복도로 도망치던 이 남성은 소리를 듣고 나온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실의 정아무개 비서관에게 붙잡혔다. 이 남성은 33살의 사회복지사 김아무개씨로 신분이 드러났다. 김씨는 한나라당 진아무개 의원실을 방문한다며 의원회관을 찾았다. 그가 들고 있던 아이폰 휴대전화엔 화장실 동영상 5개가 저장돼 있었다.
김씨를 검거한 ‘공훈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한나라당 의원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비서관을 도와 김씨를 붙잡는 데 힘을 보탰던 김아무개 의원의 보좌관이 먼저 김씨의 아이폰을 빼앗아 국회 방호원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이후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김 의원의 보좌관을 먼저 불러 ‘범인을 잡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뒤늦게 경찰을 만난 박 의원의 정 비서관은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정 비서관은 “국회의원이 일하는 의원회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공공시설 화장실에 치한 퇴치용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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