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을 닷새 앞둔 22일 오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쪽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전화홍보원을 대거 동원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홍보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붙잡힌 전화홍보원은 30명이다. 강릉/강원일보 제공
미등록 선거사무실 ‘위법’…선관위 “일당 5만원씩 줘”
‘동해안권 선거권자 명단’ 발견, 여당 조직적 개입 의혹
‘동해안권 선거권자 명단’ 발견, 여당 조직적 개입 의혹
엄기영쪽 불법 선거운동 적발
불법 선거운동 논란이 4·27 재보궐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강원지사 보궐선거전에서 22일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쪽이 전화홍보원을 대거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다 발각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후보 쪽은 엄 후보 쪽이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닷새 전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민주당 강릉선거사무소장은 이날 “1인당 일당 5만원에 식사와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경포대 인근에서 불법 전화선거운동팀이 운영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 전화를 받고, 경포 인근을 뒤졌다”며 “사흘 전 아침 시간대에 몇십명의 중년 여성들이 문제의 펜션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2일 오전 11시40분께 당직자 2명을 연인으로 위장시켜 펜션 내부 상황을 살폈다”며 “콜센터처럼 전화를 거는 소리가 방마다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 뒤, 낮 12시13분께 경찰과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선관위는 현장에서 지난 3월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 경선 때의 선거인단 명부 말고도 동해안권 전역의 선거권자 명단이 나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화 응대용 메모에는 “전화하는 곳은 한나라당 △△△ 의원 사무실에서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유의사항도 적혀 있었다. 선거사무소가 아닌 장소에서 전화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등록된 선거사무소나 시·군·구 연락사무소 이외의 장소에서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는 건 ‘유사기관’ 설치를 금하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며 “또 전화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금품을 주거나 식사를 제공했다면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쪽은 이런 수준의 조직적인 선거운동엔 많은 돈이 들고, 동해안권 전역의 유권자 명단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후보자 측근이나 선거사무소 책임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정 후보 선거사무소의 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불법 선거운동으로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당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민주당은 엄기영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차영 대변인은 “아직도 돈으로 표를 사려는 매표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엄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4·27 재보선뿐 아니라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인 진상조사위를 꾸리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자마자 재빨리 사과 성명을 내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섰다. 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내용을 접해보니 우물쭈물하다가는 엄 후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민주당 쪽에 사과한 것은 ‘민주당도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갖고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심 재보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이 급습한 현장 사진과 동영상 등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도 악재인데다, ‘자원봉사자의 자발적인 행동이었고 엄 후보는 몰랐다’는 해명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춘천/정인환 기자, 석진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펜션서 수십명 콜센터처럼 전화 선거운동, 엄기영은 ‘몰랐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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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쪽이 22일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선관위가 조사중인 강릉의 한 펜션 쓰레기봉투에 전화 홍보 명부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담겨 있됐다. 민주당 제공
춘천/정인환 기자, 석진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펜션서 수십명 콜센터처럼 전화 선거운동, 엄기영은 ‘몰랐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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