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나경원(사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당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나 최고위원은 최근 잇달아 솟아오른 암초에 부딪혔다.
그는 1일 최고위원회에서 한 마디도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그의 침묵은 홍준표 대표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벤트·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 또 제2의 오세훈이나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시장직 사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의 복지노선 전환을 요구한 것도 나 최고위원으로선 고민스런 대목이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누구보다 오 전 시장을 적극 지원했고 같은 노선을 취했기 때문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최고위원 재선으로 확인된 당내 기반으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지만 현직 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쪽이 비협조적이라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의 한 측근은 “현재 상황으로선 나 의원이 뭘 하겠다고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당이 안팎에서 인물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내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들고 흠집내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4·27 분당을 보선에서 강재섭 후보가 외부인사 영입을 둘러싼 우여곡절 끝에 경쟁력을 상실한 결과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정두언 여의도 연구소장은 이날 최고위에서 “특정인에 관해 안 된다는 식으로 마치 공천에 관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홍 대표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보수를 결집하는 데 적절한 언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이 당 안팎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후보를 찾든 경선이라는 공정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지, 추대나 전략공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