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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탐욕의 경제’ 깨트릴 ‘영혼이 있는 경제’ 열망

등록 2011-09-29 21:20수정 2011-09-29 22:35

한겨레신문과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2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안철수 현상과 한국사회’ 토론회 2부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왼쪽 셋째)가 ‘문화현상으로서의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여성학자 정희진씨, 이 교수,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홍종학 경원대 교수.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한겨레신문과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2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연 ‘안철수 현상과 한국사회’ 토론회 2부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왼쪽 셋째)가 ‘문화현상으로서의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여성학자 정희진씨, 이 교수,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홍종학 경원대 교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현상과 한국사회 토론회 지상중계
안철수 현상과 상식의 경제

“탐욕은 선이다” 주장하는
애덤 스미스의 한계 입증
정직하고 선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걸 보여줘

세계 경제는 ‘이기적인 개인의 행동이 윤리적인 사회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탐욕의 경제’에서 선의가 윤리적이라는 ‘상식의 경제’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안철수 현상을 이끌어 냈다.

이른바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탐욕의 경제 논리는 “탐욕은 선이다”라는 한 마디로 압축된다. 각각의 경제 주체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이지만, 그 결과 경제 전체가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한국 경제에서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이 논리가 경제 구조 전체를 지배하는 주류로 자리잡았다. 한국 사람들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하면서도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기업의 생존과 이익을 지켜주면 결국은 모두의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였다.

‘안철수 현상’은 바로 이런 논리가 흔들리면서 씨앗이 뿌려졌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탐욕의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익을 많이 내는 한진중공업은 가차없이 대량 해고를 감행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이 하던 업종에 진출해 물량공세를 벌이면서 생존권을 위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는 ‘기업의 탐욕은 점점 더 커지고 더욱 잘 실현되는데, 왜 나에게는 좋아진 경제의 과실이 오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탐욕의 경제 논리를 깨뜨리는 코드를 갖고 있는 사람, 안철수가 등장했다. 안철수 원장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얘기하면서 탐욕 없이 정직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기업과 기업가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떠나면서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행동 등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애덤 스미스가 틀렸다는 사실을 논리로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안 원장은 또 겉과 속이 같은 기업과 경제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경제를 보는 기존의 인식론적 프레임을 뒤집는다. 2008년 다보스 포럼에서 빌 게이츠가 주장한 ‘창조적 자본주의론’도 애덤 스미스의 오류를 지적하고 뒤집었다는 점에서 안철수 현상과 유사하다.

선의를 기초로 한 경제 체제가 사실 더 우월하다는 논리는 이미 세계 경제에서 몇 가지 현상과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인권, 노동, 지역사회 등을 고려한 사회적 성과를 얻어야 존립근거를 얻을 수 있다는 ‘영리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 △이익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업 조직인 ‘사회적 기업’ △주주가 주인이 아니라 조합원이 주인인 경제 조직 ‘협동조합’ △투자자가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선한 의도를 가진 기업의 제품이나,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윤리적 소비’ 등이 그것이다.


탐욕이 선이 아니라, 선의가 선이라는 ‘상식’을 거부한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20년 동안 믿어 왔던 이런 비상식적 경제 논리가 최근 흔들리기 시작하면서‘상식’을 되찾고 싶은 국민은 안철수에 열광하고 있다.


근본적 불평등에 눈감은, 젊은세대 향한 위로

문화현상으로서 안철수 신드롬

새로운 질서 갈망보다는
‘타인에 대한 의존’ 통해
자기계발의 욕망 도사린
‘쾌락의 평등주의’ 머물러

안철수 현상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그 실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안철수 현상에선 자신보다 더 높은 합리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에게 자신의 합리성을 교정해주길 바라고,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안철수라는 ‘좀 더 합리적인 존재’에게 자신의 이성을 기탁해버리는 현상이 곧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이다.

한국 사회는 ‘쾌락의 평등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인데, 안철수 현상을 가능하게 한 원인은 지속가능한 쾌락의 평등주의에 대한 요구다. 노동자와 시민을 구분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나누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쾌락의 평등주의다. 근본적 불평등에 눈 감는 것이 쾌락의 평등주의다.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주권에 대한 요구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쾌락의 평등주의를 되풀이한다. 기성 정당정치를 비판하는 측면도 내포하지만, 이는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정당정치에 ‘똑바로 할 것’을 주문하는 의미를 담는다. 때문에 안철수 현상의 뒷면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예단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대중들은 기성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부여했던 질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탈정치화의 대표격이었던 젊은 세대가 멘토로서의 안철수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이를 뒷받침한다. 청춘콘서트에서 안철수는 젊은 세대 또한 기성세대가 누렸던 것과 같은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며 기성세대를 향해 반성을 주문한다. 이 뒷면에는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젊은세대에게 실업이나 미취업, 또는 비정규직은 사회적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세대에게 ‘복지’라는 것은 이런 능력을 안정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의 위로는 젊은 세대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주의를 보여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88만원 세대>가 던진 세대갈등의 화두를 자기계발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자기통치 기술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안철수 현상은 이런 과정에서 출현한 ‘비정치적인 정치’의 일종이다.

안철수 현상은 자유에 대한 부정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드러내는 것이다. 근대국가의 모양새만 갖췄을 뿐 그 내용을 채울 시민, 곧 자기 주권을 주장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다. 주권은 개인이 아닌 민족이나 국가 등의 범주에 포섭되어 있었다. 추상적 차원에 묶여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구체적인 나의 문제로 내려 앉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치적 주체로서 자유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개인과 이런 개인의 발전을 추구하는 ‘어소시에이션’이 중요하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자유로운 개인의 연대인 어소시에이션에 대한 전망이 ‘타인에 대한 의존’을 통해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을 극복할 새로운 자기 발전의 전망은 이런 의존 현상을 구체적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전환시켰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삶 만족도 바닥…안철수현상 안나오는 게 이상”

토론 정리

29일 열린 ‘안철수 현상과 한국사회’ 토론회의 경제·문화 분야 토론에서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기존과 다른 색다른 시각들이 제기됐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씨는 “안철수 현상을 기존 국민국가적인 틀에서 바라보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며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 ‘정당정치를 잘해야 한다’, ‘정당정치가 약화될까 우려된다’ 등의 논의가 ‘지금-여기’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일반 대중들은 국가를 다양성이 있는 공동체라 생각하는 반면, 국가를 유기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정치인 등이 국민 또는 민족 등의 정체성을 내세워 이들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젊은이들에게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말고에 대한 관심보다, 그가 삶의 행적에서 보여줬던 ‘강하면서도 선한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워너비’ 마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씨가 ‘영향력이 아닌 책임으로서의 권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현상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연기획자이자 문화평론가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안철수 신드롬은 20~30대가 스타일 또는 아이콘으로서 안철수를 소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0~30대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 안목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20~30대의 가장 큰 특징은 노마드한(유목적) 삶을 꿈꾼다는 데 있다”며 “때문에 노마드한 삶, 버릴 줄 아는 삶 등을 실천한 안철수란 인물에 열광했다”고 풀이했다. 탁 교수는 “과도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잘못 볼 수 있다”며 “20~30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재미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이고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도저히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속에서 안철수 현상은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기업가로서 안철수, 박원순의 중요성을 강조한 홍 교수는 “기본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단순히 소진시키지 않고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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