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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진보학자들 “사상 검증은 과도한 정치공세”

등록 2012-06-06 19:11수정 2012-06-07 11:23

한홍구 교수
한홍구 교수
전문가들이 본 종북논란
한홍구
박근혜의 국가관 운운한 발언
박정희의 YS 의원제명 떠올라

박명림
한 가지 이념만 허용하는 독재
민주주의서 가장 위험한 발상

송호근
문제는 종북 아닌 자격미달 건
정치인, 유권자에 신념 밝혀야

윤평중
북 관련 입장 듣고 싶은 게 민심
자격심사는 새누리당이 무리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한 종북 이념, 사상 검증 논란에 대해 학계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홍구·박명림 교수 등 진보 성향 학자들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들며 정치적 의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송호근·윤평중 교수 등 보수 성향 학자들조차 “과잉”,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상 검증 공안몰이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 국가관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공세다. 국가관을 문제삼아 의원 자격을 심사하고 제명까지 하겠다는 건 유신체제, 그것도 유신 말기 체제로 되돌아가겠다는 얘기다.

1979년 8월 서울 마포구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이던 가발 수출회사 와이에이치(YH)무역 여성 노동자 172명을 강제해산 시키던 과정에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숨졌고, 9월8일 박정희 정권은 법원을 사주해 김영삼 의원의 총재직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으나 취소됐다. 그 일주일 뒤인 9월16일 김 총재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니까, 이를 반국가적 언동으로 몰아 9월29일 끝내 그를 제명 처분했다. 보름 뒤인 10월15일부터 부마항쟁이 시작되고, 그 열흘 뒤 궁정동 안가에서 일어난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는 무너졌다. 의원직 제명 처리 뒤 불과 한 달 만에 유신체제가 종말을 고했다.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통합진보당 의원 2명을 제명해야 한다고 한 박근혜 의원은 새겨들어야 한다. 박근혜 의원이야말로 바로 유신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 아닌가. 그런 그가 그의 부친처럼 국회의원들 국가관을 문제삼고 제명까지 하겠다는 건 역사를 그때로 되돌리겠다는 것이고 그때의 비극을 망각한 처사다.

박명림 교수
박명림 교수
■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는 폭력으로 독재를 했다면, 지금은 이념 검증이란 구실 아래 하나의 잣대만 허용하겠다는 독재를 휘두르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태도를 근거로 선출직 국회의원까지도 검증하겠다는 것은 단 하나의 이념적 색깔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어떤 정치적 태도와 무관하게 이념적 잣대는 한쪽만 유효하다고 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이념 논란 이전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사퇴했어야 한다. 부정·부실 선거 때문이다. 이들이 사퇴를 안 해서 여기까지 사태를 몰고 왔다.

지금 논란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복지·교육·민주·검찰·노동 등 모든 분야의 개혁 움직임이 ‘종북’으로 낙인찍혀 봉쇄될 수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등은 이를 폭력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발상 아래 그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태우 정권 이전으로 역사를 되돌리는 시도나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관계 발전법’에 근거해왔는데, 이걸 근본적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송호근 교수
송호근 교수
■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자격 심사는 그 용어가 모호해서 문제가 있다. 좀더 세분화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념이든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군인이 자신의 조국이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이라고 하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당사자가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에 편향적이라거나 그런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세력구도 안에 그런 세력이 있는 것 자체도 별문제는 안 된다. 국회 안에서 대응을 하면 되는 문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자신의 견해가 북한에 동조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답은 해야 한다. 그걸 감춰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은 엄밀하게 종북이 아니라 자격 미달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내부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부정은 선거법 위반 등 절차의 문제로 처리되어야 한다. 종북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속마음에 있는 사상 때문에 국회의원 자격이 미달된다는 뜻이 아니다. 사상 검증을 한다고 하면, 누가 나서서 하겠는가?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 전에 정치인 스스로 유권자에게 자신의 신념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찬동 여부로 (민주통합당을) 종북과 연결짓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실효성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만든 인권법이 북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겠나?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법은 만들 필요가 없다. 실제로 압박이 안 된다. 그건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

윤평중 교수
윤평중 교수
■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자격 심사는 새누리당 쪽이 무리하게 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뒤에 있는 민심의 실체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임수경 의원의 경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에도 자신의 강퍅한 성품 때문인지, 당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신매카시즘’까지 언급하며 현재 있는 논란을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세력이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 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누리당이 정치공학적으로 공세를 펴고 엠비(MB)까지 치고 나오는 것 아닌가. 그 이유는 민심의 향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데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응에는 과잉된 측면이 엿보인다. 이건 원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원론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명쾌하게 누가 옳다 그르다 가를 수 없다. 양심의 자유가 있고 누구나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민심의 실체다. 북핵이나 3대 세습, 인권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듣고 싶은 것이다. 안철수씨가 그랬듯이 상식적인 것과 비상식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는 과거 정권이 주도해서 이념의 딱지를 붙이던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매카시즘의 연장이라거나 빨갱이 사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물론 그 속에는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 정부·여당은 현실 정치공학에 기반해 이를 좋은 기회로 삼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격 심사와 같은 과잉된 대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민심이라는 객관적 실체가 있다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최원형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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