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직접 입장 밝혀야”
홍사덕 전 의원 등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대선 경선 캠프 쪽이 잇따라 5·16 쿠데타를 두둔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학계에서는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뒤집는 극히 위험한 역사의식의 퇴행”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5·16 자체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출범 배경인 12·12, 5·17처럼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쿠데타라는 사실에 변함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현 정부가 그동안 역사교과서에 색깔·이념 공세를 그토록 퍼부었지만, ‘5·16은 군사쿠데타’라는 사실에는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못했다”며 “이는 ‘5·16=쿠데타’라는 것이 역사학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이미 평가가 끝난 엄연한 사실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5·16은 혁명’이라는 말을 자꾸 꺼내는 것은 박정희를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역사인식 자체를 퇴행시키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혁명은 쿠데타와 달리 시민·민중의 참여로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며 “군 영관급 장교들이 일으켰을 뿐 어떤 시민·민중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한 5·16은 아무런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쿠데타”라고 못박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뉴라이트 세력 스스로도 5·16을 군사쿠데타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들어, “박 의원 캠프 쪽의 주장은 이런 선마저 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학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5·16을 혁명이라고 한다면, 그 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일으켰던 12·12 등도 혁명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민주주의·법치·헌정질서는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5·16을 혁명으로 미화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성과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5·16을 혁명으로 미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림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박정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미화하려 든다면, 박정희가 일제 군대에 복무하고 남로당에 가입했던 경력들도 모두 미화할 것이냐”며 “설령 박근혜 의원이 집권한다고 해서 박정희의 잘못이 모두 정당화될 순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박 의원이 자신의 역사인식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진오 교수는 “참모들이 떠보기 식으로 입을 열 것이 아니라 박 의원 스스로 역사인식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홍석률 교수 역시 “5·16 쿠데타에 대한 인식은 입헌주의·공화주의에 대한 인식과 연결된다”며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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