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종북시험
문제: 종북세력은 유신체제 하에서 ( )을 빙자해 세력확산을 기도했다.
정답: 반유신, 반독재투쟁
정답: 반유신, 반독재투쟁
군이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종북세력의 확산 계기로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종북 시험’을 치르게 하고 시험 성적을 진급과 휴가에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종북세력 실체 인식 집중 정신교육 계획’이라는 ○○부대 공문을 보면, 이른바 ‘종북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이를 진급과 휴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문에 덧붙여진 ‘종북세력 실체 인식 평가문제’의 단답형 5번 문항은 “종북세력은 1972년 유신체제하에서 사회주의적 건설 목표를 은닉한 채 ( )을 빙자하여 세력 확산을 기도했다”고 되어 있으며, 정답으로 ‘반유신·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제시했다. 유신체제 반대운동과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종북세력이 확산되는 계기로 규정한 것이다. 이와 똑같은 내용의 문제가 ‘○× 문제’와 500자 내외로 쓰는 약술형(‘종북세력의 생성 및 변천 과정’에 대해 약술하시오)에도 등장한다.
또한 “전교조는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거나 “각종 시위의 배후에는 종북세력이 있다”는 내용의 시험문제도 있다.
특히 다른 정훈교육과 달리 종북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하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진급에 영향을 주도록 했다. 진급 점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부대별로 기준이 동일해 간부와 병장은 80점, 상병 이하는 7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지침에 따라 각 군에서 문제은행을 만들었다. 문제은행은 지난해 말 장교 임관 종합평가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군은 또한 종북 웅변대회(또는 스피치대회)를 열어 성적이 우수한 장교 또는 병사에게 진급 가점이나 휴가를 주고 있다. 웅변대회는 서울·경기·강원 등지의 육군 전방부대에서 집중적으로 열리고 있다. 최근 휴가를 나온 한 병사는 “스피치대회는 휴가가 걸려있다 보니 가족 등 외부 도움까지 받아가며 준비하는 병사가 많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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