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인혁당 유가족 만남 성사될까
박후보 “수차례 죄송·위로의 말 전해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 달라”
애매하지만 태도 바꿔 ‘사과’ 표현…더 진전된 입장표명 있을지 주목
박후보 “수차례 죄송·위로의 말 전해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 달라”
애매하지만 태도 바꿔 ‘사과’ 표현…더 진전된 입장표명 있을지 주목
*3가지 사안: <인혁당 판결·유신헌법·긴급조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1975년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의 만남은 ‘아버지 시대’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13일 유족들이 동의하면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자, 유족들은 박 후보가 먼저 유신과 긴급조치,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연수에 참석한 박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유족과 만날 뜻을 꺼냈다. 박 후보가 그러면서도 ‘유족들의 동의’라는 전제를 단 것은 최근 전태일재단을 방문했다가 무산돼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족들이 박 후보에게 ‘오점’으로 기록된 아버지 시대의 사건들에 대한 ‘선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공은 다시 박 후보에게 넘어오게 됐다.
이날 유가족을 대표해 보도자료를 낸 4·9통일평화재단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만남을 전제로 무언가를 추진하는 게 아니다”라며 “박 후보가 세 가지 역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만남 혹은 다른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의 이런 입장은 박 후보에게 이들 사안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이날 자신의 과거 발언을 사과로 봐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그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혁당 유족에 대한 사과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는 질문에, “수차례 (유신의)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딸로서 죄송스럽다고 얘기를 해왔고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오히려 더욱더 민주화에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라며 “그런 것이 사과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느냐.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태도 변화로도 읽힌다. 그동안은 ‘사과’라는 단어의 사용 자체가 예민하게 다뤄졌다. 박 후보가 전날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의 사과 성명을 전면 부인한 게 대표적인 예다. 홍 대변인이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사과한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나는 모르는 얘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상일 대변인이 뒤이어 9시40분에 한 브리핑에서도 “박 후보의 생각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라고만 돼있을 뿐 ‘사과’라는 표현은 없었다.
박 후보가 반성과 사과의 의미가 담긴 좀더 진전된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경우 박 후보와 유가족들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화해와 용서는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며 “쿠데타와 유신독재는 반성하기 싫고 사과는 입에도 올리려 하지 않으면서 유가족과의 만남을 언급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우롱하는 또다른 정치적 이벤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진명선 기자, 홍천/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