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존경해온 교수와도 절연했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8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벌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는데 맞서 상상을 초월하는 로비가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가 말한 재벌이란 바로 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이다. 안 의원을 비롯해 민주통합당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상속의 대표적인 사례로 에스케이를 꼽고, 최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여당인 새누리당에 요구해왔다. 그런데 에스케이 쪽이 안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대학 교수까지 내세워 최 회장을 증인에서 빼려고 강하게 로비를 해오자, 안 의원이 결국 이 교수와 인연을 끊었다는 것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먼저 제안한 이후, 에스케이 쪽에서 여러 지인을 통해 로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나만 로비를 받아겠냐?”라며 “(의원들) 거의 다가 로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안 의원의 발언 이후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에스케이 그룹의 한 임원이 찾아와 ‘회장님 증인 채택 건을 잘 부탁한다’라고 로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는 여야간 이견으로 재벌 증인 채택 건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오전 내내 파행을 겪다가 오후 들어 속개됐다. 민주통합당은 최 회장과 함께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한 반면,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 재벌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을 경우, 국민들로부터 ‘결국 로비를 받은 결과다’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나는 로비를 막아냈다. 회유 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감 중에 재벌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받은 로비가 ‘금전적 로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최 회장은 지분 44%를 갖고 있는 에스케이씨앤씨(SKC&C)에 약 2억8000만원을 투자해 연평균 220%를 웃도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는 에스케이씨앤씨가 에스케이 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정보기술(IT) 자산의 인수와 에스케이텔레콤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기재위 소속 의원 및 보좌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뿐만 아니라 삼성도 대국회 출입 직원을 동원해 여러 의원실에 증인 채택 저지 로비를 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재벌이 한국 경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국감에 나와서 우리 경제의 방향 등을 놓고 당당히 토론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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