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치언어 평가 토론회
올해 말 치러질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들의 언어 능력에 평점을 매긴 결과 100점 만점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8.75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56.75점,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61.25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 문 후보는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안 후보는 단어와 문장 구성이 부정확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는 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2012년 대통령 후보자 언어평가’ 토론회를 열어, 세 후보의 정치 언어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인들이 실제로 쓰는 언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어문장사 12명이 세 후보의 출마 선언과 후보 수락 연설을 분석·평가했으며, ‘소통하는 언어’ ‘대중의 언어’ ‘논리적인 언어’ ‘규범에 맞는 언어’ 네 가지를 잣대로 삼았다.
■ 박근혜, 권위적 표현 잦아 ‘논리적 언어’ ‘소통하는 언어’로는 부적절하다는 게 박종분 문장사의 평가다. “우리 경제를… ‘정글’이 아닌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누구나 기회 앞에 평등하고, 경쟁 앞에 안전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말은 맥락이 닿지 않고, “저의 삶은 대한민국입니다” 등의 단정적·권위적인 표현은 ‘소통하는 언어’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됐다. 다만, 문장을 짧게 구성해 듣기 좋게 말하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문재인, 논리적 구성에 약점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멀리서 보려는 태도가 있으며, 논리적인 구성 능력에 약점이 있다”고 이옥란 문장사는 분석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파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 같은 말은 두 사건의 인과 관계를 꿰어맞췄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문을 열겠습니다” 같이 ‘그’를 자주 쓴 표현은 방관자적 태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처럼 자기 주장에 대해 대중에게 묻는 태도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안철수, 막연하고 모호해 남영신 국어문화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그의 말이 ‘체제’ ‘가치’라는 다른 층위의 낱말을 나란히 세워 ‘논리적인 언어’로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라는 말은 막연하고 모호해 ‘대중의 언어’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구어체를 많이 사용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질이 많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와 함께 개념어의 경우 세 후보 모두 ‘고용률 중심의 국정 운영 체제’(박근혜),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협력적 성장, 생태적 성장’(문재인), ‘민생 경제 중심 경제’(안철수)처럼 불확실하게 정의하거나, 정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쓰는 모습을 보였다. 또 외래어·외국어·한자어 등 어려운 낱말을 자주 쓰거나, 부정확한 낱말 구사와 문장 구성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토론에 나선 김하수 연세대 교수는 “이번 평가는 언어 전문가들도 민주 정치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언어 내적인 형식보다 언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언어와 행동의 관계’를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재형 <문화방송> 아나운서는 이번 평가에 ‘과잉 교열’이 있을 수 있다며, 입말과 비언어적 소통방식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이번 평가는 중간 평가 성격으로, 잣대를 더욱 다듬어 최종 평가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함께 연 ‘2012 대통령 후보 언어 평가 토론회’에서 김하수 연세대 교수(오른쪽에서 셋째)가 주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옥란, 박종분 국어문장사, 남영신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장, 박창식 한겨레말글연구소장, 김하수 교수, 김재홍 경기대 교수, 강재형 <문화방송> 아나운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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