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직시·상대방 아픔 배려해야”
우경화 경고·위안부 피해 언급 안해
‘한-일 관계개선’ 필요성 에둘러 표현
3·1절 기념사보다 수위 낮아진 메시지
우경화 경고·위안부 피해 언급 안해
‘한-일 관계개선’ 필요성 에둘러 표현
3·1절 기념사보다 수위 낮아진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최근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노골적인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단호하고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 양국간 민감한 현안은 언급을 자제했다.
대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일 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는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조처를 통한 양국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잇따른 망언과 역사 왜곡,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자위대가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려는 움직임 등에 따끔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과거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지난 3·1절 기념사에 견주어서도 수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청와대의 설명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고려 말 학자 이암의 말을 인용하면서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한 표현에 강한 대일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체의 일부는 독도, 영혼의 상처는 왜곡된 역사를 각각 비유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표현이고, 절대 간단한 비유가 아니다”라고 해설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비유형 대일 메시지’는 결국 일본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신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거듭 언급했듯이,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큰 동북아 주요 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지속돼선 서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대다수 일본 국민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일본의 일반 국민과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정치 지도자를 구분해 접근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되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 탓에 과거 미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마냥 미루기는 부담스럽다고 보고, 늦어도 연내에는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기류가 없지 않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강경한 대일 메시지를 원하는 국민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향후 외교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일본에 대한 질책과 함께 협력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김수헌 석진환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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