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예산안 등 현안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본회의 단독처리 법률 검토”
명분 싸움 불리할것 없다 판단
민주당 협조 압박수위 높여
명분 싸움 불리할것 없다 판단
민주당 협조 압박수위 높여
민주당의 의사일정 참여 중단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29~30일 이틀 동안 파행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새해 예산안 단독 상정-심사 수순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1일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을 하루 앞두고도 예결특위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일부터는 단독으로라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끄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내일(2일) 당장 상정한다고 해도 통과시키는 건 아닌 만큼 심의 절차에는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16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예산안 심사에 착수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 심사의 첫 단계인 예결특위 상정을 강행하겠다는 경고다.
새누리당이 단독 심사라는 강공책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예산안이 민생·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사안인데다 법정 시한까지 기다린 만큼 ‘명분 싸움’에서 불리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실제로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서는 여론의 비난을 우려해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예산안을 끝까지 안 하고, 이를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선 야당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산안 등 민생 문제는 정치 현안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상황에서도 말로만 민생을 돌보겠다고 하고 있다. 그들만의 회의 석상에서 말로만 하는 민생을 국민이 어떻게 믿겠는가”라며 민주당의 예산안 심사 거부가 ‘민생 외면’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이 길어질 경우 예산안 단독 심사에 이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때처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의 경우 예결특위에서 의결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과 관계없이 국회의장이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방법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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