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8일 군용 항공기의 식별을 위한 방공식별구역(KADIZ·방공구역)을 확장하는 조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1951년 미군이 중국·소련 공군을 겨냥해 설정한 뒤 62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에 조정된 방공구역이 이어도 상공에서 중국·일본의 방공구역과 겹치는데다, 서해·독도의 영유권을 두고 한국이 두 나라와 이견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협의가 주목된다.
국방부가 8일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경남)의 영공 전체, 관할구역인 이어도 상공을 포함해 새롭게 내놓은 방공구역은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을 기준으로 했다. 비행정보구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민간 항공기의 관제구역으로 국가 간에 중첩되지 않으며, 국제법상 각국이 준수·존중 의무가 강제되는 공역이다.
국방부는 비행정보구역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국제협약이 통용된다는 점 △논란이 된 이어도, 마라도, 홍도 등 상공·영공을 모두 포함한다는 점 △새 방공구역을 적용해도 민간 항공기들이 현재와 같은 절차를 따르면 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에 포함된 이어도를 포함한 제주도 남방의 경우 1963년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에 방공구역 조정협상을 요구해온 구역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확장된 구역의) 전체 면적은 남한의 3분의 2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방공구역 조정안의 관건은 관련국들과의 협의다. 국방부는 당분간 일본의 기존 방공구역을 존중해 한국 군용 항공기의 비행을 지금과 같이 30분 전에 통보하고, 일본도 한국의 새 방공구역으로 들어올 때 한국에 사전 통보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방공구역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의 확장된 새 방공구역에 들어올 때 사전 통보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자국의 방공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새 방공구역을 인정할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방공구역 중첩에 따른 군사적 충돌 우려를 묻는 질문에 “우리 정부가 정부안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점이다. 한국과 중국 공군 간이나 한국과 일본의 공군 간에 통신망이 있고 (군사적 충돌을 미리 막을) 협의 절차가 있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주변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며, 이 점에 대해 관련국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나라 간의 이견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 빌미로 중국이 서해 상공에서, 일본이 독도 상공에서 자신들의 방공구역을 확장해 선포하고, 세 나라가 방공구역을 두고 분쟁을 벌일 우려도 없지 않다.
한편, 정부는 이번 방공구역 확장과 별개로, 민간 항공기에 대해서는 중국 방공구역을 통과할 때 중국에 통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항공사는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 (민간 항공사의 중국 방공구역 진입 통보에 대해) 국토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항사들에 대해 중국에 방공구역 진입을 통보하지 말라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 또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방공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민항사들은 알아서 통보하도록 하는 미국의 태도와 같은 것이다.
하어영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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