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기관 직원과 짜고 문제유출
2002년부터 수십명에 팔아넘겨
충남지역본부 1명 등 2명 구속
2002년부터 수십명에 팔아넘겨
충남지역본부 1명 등 2명 구속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수십명이 여러 해에 걸쳐 돈을 주고 승진시험 문제를 미리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외부기관의 직원이 농어촌공사 직원들과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008·2010·2011년 농어촌공사의 3급 승진시험과 5급 일반직 전환 시험을 앞두고 시험문제 출제기관에서 미리 문제를 넘겨받은 뒤 응시자들에게 1000만~2000만원씩 받고 문제를 건넨 혐의(업무방해 등)로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윤아무개(52·3급)씨와 세종·대전·금산지사 윤아무개(53·3급)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2008년 이전에도 같은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공소시효(7년)가 남은 행위만을 일단 수사 대상으로 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 등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두 해(2003·2009년)를 빼고 모두 시험문제 출제를 맡은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의 엄아무개(56·전 리크루트센터장)씨한테서 사전에 시험문제를 넘겨받았다. 이후 이들은 응시자들에게 접근해 1명당 1000만~2000만원을 받고 시험문제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이들한테 돈을 주고 시험을 치른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충남·충북·대전은 물론 영호남까지 수십명에 이른다.
3급 승진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10 대 1이 넘을 만큼 치열해 농어촌공사 내부에서 ‘고시 승진’이라고 부를 정도다. 5급 일반직 전환 시험은 6급 이하 기능직·계약직 직원들이 상위 직급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까닭에 이런 시험 부정이 장기간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3급 승진시험 문제는 2개 과목(전공·법규)에 객관식 80문항이며, 일반직 전환 시험은 전공 1과목 40문항이다.
충남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사회능력개발원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한 해에만 문제가 유출된 점에 주목하고 시험문제 유출 경위와 관리 실태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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