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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정원·검찰, ‘공문서 위조’ 알고도 재판부에 냈을 가능성

등록 2014-02-16 22:10수정 2014-03-04 17:26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청사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기에 앞서 입술을 깨물고 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청사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기에 앞서 입술을 깨물고 있다.
출입경기록 원본은 ‘출-입-입-입’
검찰도 지난해 법정서 유씨에
원본과 같은 기록 제시사실 시인
항소심선 ‘출-입-출-입’ 문서 내
탈북 화교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낸 유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이 위조됐다고 중국 정부가 회신한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위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의 목적에 맞추기 위해 중국 공문서를 일부러 짜맞춘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 중국 출입기록 시스템 오류가 발단 5월27일 이후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가 5월27일~6월10일 북한에 머무는 동안 보위부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간첩 혐의 유무를 다투는 핵심 쟁점이다. 유씨는 ‘5월27일 이후 북한에 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중국에서 발급받은 출입경기록 및 상황설명서를 재판부에 냈다. 유씨가 낸 자료에는 5월23일 북한으로 나갔다가 27일 오전 중국으로 돌아온 뒤, 그날 또 중국으로 돌아오고 6월10일에도 중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돼 있다.(출-입-입-입). 5월27일 중국에 두번 들어오고 6월10일 중국에 또 들어왔다는 것이다. 유씨가 낸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상황설명서는 “중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돼 있는 뒤의 5월27일과 6월10일 기록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해 틀린 기록”이라고 밝혔다.

■ 검찰은 위조 사실 알고 있었나 검찰이 16일 ‘피고인의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성과’ 자료를 내며 설명한 내용을 들어보면, 국정원과 검찰 역시 유씨에 대한 내사 단계에서 유씨가 제출한 자료와 같은 출입경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비공개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낸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국정원과 검찰이 애초 확보한 것과 달랐다. 검찰이 낸 기록에는 유씨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러 2006년 5월23일 북한으로 나갔다가 27일 오전에 중국으로 돌아온 뒤 그날 다시 북한으로 나가 6월10일 중국에 들어온 것으로 돼 있다.(출-입-출-입) 국정원과 검찰이 내사·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출-입-입-입’보다 자연스럽다.

국정원과 검찰이 내사·수사 단계에서 파악한 유씨의 ‘출-입-입-입’ 기록의 출처가 중국 기관이 맞다면, 항소심에서 낸 ‘출-입-출-입’의 기록이 잘못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도 자연스러운 ‘출-입’ 논리에 꿰맞추려고 증거로 제출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이 1심 재판 때만 해도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내라”는 변호인 쪽 요구에 대해 ‘모른다’거나 ‘없다’고 하다가, 항소심 재판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도 이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수사·내사 당시에는) 중국 관공서에서 발급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검찰이 ‘도강’ 주장을 버린 이유는 유씨는 국정원이 수사 과정에서 ‘출-입-입-입’ 자료를 근거로 자신을 추궁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검찰이 이 자료를 이미 갖고 있었으면서도 ‘출-입-출-입’으로 위조된 자료를 법정에 제출했다는 주장이다.

검찰도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유씨에게 ‘출-입-입-입’ 자료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수사 당시) 유씨에게 제시한 것과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증거로 낸 출입경기록은 동일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북한으로 들어갔던 사실과 다르게 기재돼 있어 이후 제대로 ‘수정된’ 출입경기록을 정식 발급받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다음번 재판에서 ‘다른 기록을 착각했다’며 말을 바꿨다는 게 유씨와 변호인 쪽 주장이다.

1심 때 유씨의 검찰 공소사실도 이번에 ‘진짜’로 판명된 ‘오류 출입경기록’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유씨가 2006년 5월 하순 ‘강을 건너 북한을 넘어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검찰과 국정원이 유씨의 진짜 출입경기록(‘출-입-입-입’)을 비공식적으로 확보한 뒤, ‘출국’ 기록이 없는 부분에 착안해 ‘도강’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하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심에서 ‘출-입-출-입’ 자료를 제시하면서 기존의 ‘도강’ 주장을 버렸다.

■ 유씨 친척 출입기록에도 비슷한 오류 검찰은 유씨의 ‘출-입-입-입’ 기록이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인한 오류로 기재된 것이라는 유씨 쪽 주장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씨 친척들의 출입경기록에도 유씨의 기록과 같은 비슷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유씨 쪽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씨 쪽이 재판부에 낸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에서 발급한 출입경기록을 보면, 유씨의 친척 2명은 유씨와 같이 2006년 5월27일 오전 10시25~26분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왔다가, 한시간도 지나지 않은 11시14~16분 다시 중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2006년 6월10일 오후 3시17~20분에 다시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적혀 있다. 유씨의 기록에 등장하는 출입경기록 오류와 같은 내용이다.

이경미 김정필 이정연 기자 kmlee@hani.co.kr

[관련영상] [최성진 허재현의 토요팟] 유우성, 나의 '간첩사건'을 말하다[호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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