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귀국하는 김황식 전 총리가 이르면 16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 전 총리의 3자 ‘빅매치’로 치러지게 됐다. 김 전 총리 쪽은 지난 2일 먼저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에 견줘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지만, 김 전 총리가 본격 레이스에 뛰어들면 “전세 반전이 가능하다”며 치열한 경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 총리는 11일(한국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쇼런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신뢰외교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식 출마 선언은 한국에 가서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쪽(출마하는 쪽)으로 생각을 거의 정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 법률·행정·정치 문제에 관해 나만큼 다양하게 경험한 사람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자들보다 출마 선언이) 늦은 만큼 더 열심히 서울시민과 당원의 마음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14일 오후 6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15일 새누리당을 찾아 입당 원서와 공천 신청 서류를 낼 예정이다. 이어 이르면 16일 공식 출마 선언 행사를 열고 당내 경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정 의원이 상대적 경쟁력에서 김 전 총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마 선언을 먼저 한 데 따른 ‘선점효과’에다 정 의원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경선 판세가 정 의원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의원 쪽 관계자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이 정도 차이가 나는데, 경선에서 뒤집어진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김 전 총리 쪽은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출마 선언에 이어 경선전이 본격화하면 판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은 당원(20%)·대의원(30%)·국민선거인단(30%) 투표와 여론조사(20%)를 합산하는 방식인 만큼, 현재 언론사 여론조사와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전 총리 캠프의 선거운동 준비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인지도 조사에 불과할 뿐이고, 김 전 총리의 오랜 공직 경험에 따른 노하우와 시장 업무 수행 능력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 캠프에 합류한 오신환 새누리당 서울관악을 당협위원장도 “친박·친이뿐 아니라 호남 쪽 민주당 출신 인사까지 캠프에 들어와 김 전 총리를 적극 돕기로 했다”며 “당원들이 본선 경쟁력을 기준에 놓고 판단한다면 결국 김 전 총리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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