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기 새누리당 의원(대구북구을)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다루기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개최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서상기 정보위원장(새누리당)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핵심은 간첩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증거조작이라는 국기문란 행위를 규명할 때조차도 간첩잡기를 우선에 둬야 한다 주장이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경선 준비로 정보위를 사실상 ‘폐업’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서 위원장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본질마저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 위원장은 24일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뇌물사건이나 청탁사건이 아니고 그야말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건이다. 국정원이 활동하는 범위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핵심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빨리 유우성이 간첩이냐 아니냐,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 탈북 화교 출신인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이후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유우성이 간첩이냐 아니냐”라는 말을 반복했다.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을 감독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야당의 정보위 개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서 위원장은 증거조작이 명백해진 상황에서도 국정원의 업무방식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 왔다.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르고, 집안 식구도 모르고, 직속상관도 모르는 그런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사건을 봐야 된다”고 했다. 증거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국정원 대공수사팀장의 주장을 거들면서 나온 말이다.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서 위원장은 “일반적인 잣대로 국정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정보기관으로서 해야할 일, 정보기관으로서 우리가 보호해줘야 될 부분은 보호해 가면서 수사를 해야 한다. 이를 백일하게 노출시키면 결국은 간첩들을 놓치게 된다”고 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국정원 간부 권아무개 과장의 자살 시도를 두고도 “조직이 노출되는데 상당히 부담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윗선’보다는 자기하고 같이 일하던 협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을 한 흔적이 보여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했다. 정보기관의 조직과 활동방식이 드러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정보위가 서 위원장의 대구시장 출마 준비때문에 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서 위원장은 “상임위가 제대로 안 되는게 위원장이 출마를 해서 그렇다고 한다. 항상 현안 문제가 터지면 우리도 야당때 그랬지만 야당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김남일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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