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기초연금 약속 파기
‘님을 위한 행진곡’도 찬성뒤 딴소리
법안처리 지연 빌미 제공해놓고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하라” 공세
미방위 야당 51개법안 처리 고심
‘님을 위한 행진곡’도 찬성뒤 딴소리
법안처리 지연 빌미 제공해놓고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하라” 공세
미방위 야당 51개법안 처리 고심
4월 임시국회가 중반을 넘어섰지만 일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의 대치 국면이 풀리지 않고 있어, 자칫 4월 국회도 빈손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 잡기’로 산적한 민생법안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논리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상임위 파행의 원인을 오히려 새누리당이 제공한 측면이 커 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왜 방송법 때문에 (민생법안이) 발목 잡혀야 하는지 새정치연합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야 한다”며 “단 하나의 정치 쟁점 때문에 민생·국익·안보를 희생시키는 게 새정치인지 다시 한번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도 저도 못하게 모두 올스톱 하는 것이 무슨 민생 정치냐.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민생법안 인질부터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미방위에선 방송법 처리 문제 때문에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법, 개인정보 부정 이용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핵 테러 방지를 위한 원자력방호방재법 등 127건의 법안 처리가 가로막혀 있다. 이러한 파행은 새누리당의 방송법 합의 파기에서 비롯됐다. 미방위 여야 간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공영방송뿐 아니라 종편 등 민간방송사도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를 운영하게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종편채널을 소유한 ‘조·중·동’ 등이 강력히 반발하자 하루 만에 합의를 뒤집었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미방위의 법안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무능 때문이다. 덮어씌우기를 중단하고 여당의 정치력부터 발휘해보라”고 반격했다. 다급해진 새누리당은 야당이 발의한 51개 법안만이라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새정치연합은 방송법 개정안과의 ‘패키지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야당도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까지 방송법과 연계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여야 원내 지도부 협상을 통해 막판 ‘분리 처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민주화 운동 기념곡 지정 문제로 신용정보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논의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못 열고 있는 정무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 때문에 (야당이) 정무위에서 모든 법안을 인질로 발목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국가보훈처는 10개월이 지나도록 기념곡 지정을 미적댔고, 최 원내대표도 태도를 바꾸자 정무위 야당 의원들이 반발해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본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을 느닷없이 새누리당이 뒤집으면서 문제가 생겼지, 야당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일(16일) 광주지역 의원들이 최경환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법안소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기초연금법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 못해 4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진 것도 책임은 새누리당 쪽에 있다는 것이 새정치연합 쪽 주장이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그간 우리는 여러 타협안과 양보안을 내놓았는데 새누리당은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법안 처리를 무산시켜 그 비난을 우리가 받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수헌 이세영 기자 minerva@hani.co.kr
최경환(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른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전 원내대표는 “기초단체장 공천에 국회의원 개입을 배제하자는 결의를 박수로 의결해 달라”고 말했다가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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