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퇴근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문 후보자는 최근 조부의 독립유공자 여부 확인을 국가보훈처에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 ‘가슴 아픈 가족사이며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저의 가슴 아픈 가족사이고, 저의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3일 저녁 6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로비에서 ‘독립유공자인 문남규 선생이 조부와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국가보훈처에 문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슴 아픈 가족사’를 처음 공개적으로 밝히는 문 후보자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문 후보자와 기자들 간의 ‘공수’도 바뀌었다. 지금까지 그는 출퇴근길에 만난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마지못해 대답을 하곤 했으나, 이날 퇴근길엔 기자들에게 “많이 기다리셨죠. 말씀하세요”라며 질문을 되레 요구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이 문제는 저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국가보훈처도 법 절차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케이스(사례)와 똑같이 공정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정작 문 후보자는 “(총리로 지명되기) 전에는 왜 신청할 생각을 안 했느냐”는 질문에는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대답을 회피하고 곧바로 승용차에 올랐다. 그동안 조부의 과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던 문 후보자가 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역사관 논란에 휩싸이자 뒤늦게 ‘독립운동가 할아버지’ 찾기에 나선 경위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문 후보자는 아침에 출근을 할 때까지만 해도 ‘총리 후보 자진사퇴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오전에는 말을 아꼈다가, ‘문창극 후보 조부 독립유공자로 추정’이라는 <조선닷컴> 보도가 나온 뒤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후보자는 여전히 ‘친일이다’, ‘반민족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 대단히 억울해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태도에) 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최현준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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