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연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김영란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정무위 공청회
직무관련 불문 100만원 이상 받으면 처벌
전문가 “관련성·대가성 입증 어려워”
‘가족 처벌’ 대다수가 “문제없다”
언론 종사자 등 대상 확대엔 부정적
직무관련 불문 100만원 이상 받으면 처벌
전문가 “관련성·대가성 입증 어려워”
‘가족 처벌’ 대다수가 “문제없다”
언론 종사자 등 대상 확대엔 부정적
국회 정무위원회가 10일 개최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공청회에서는 정부 수정안이 아니라 원안(김영란안)의 취지를 살린 입법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관련 처벌 조항의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전문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원안 취지를 살린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마련한 원안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논의 과정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무부 의견이 받아들여져, 금액 규모와 상관없이 금품 수수 행위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되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엔 과태료만 물리도록 처벌 수위를 낮춘 내용의 정부 수정안이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됐다.
이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해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 안되면 형법으로 처벌이 어려워 부패행위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법 제정 취지를 감안할 때 직무관련성 여부를 불문하고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제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노영희 대한변협 수석대변인과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도 직무와 관련 있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만 형사처벌하자는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이성기 성신여대 교수는 “금품수수 처벌 구성요건에 직무관련성이 필요하다. 직무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원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직자의 가족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놓고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동일 교수는 “공직자와 공직자 가족이 수수한 금품 사이에 관련성이 있을 때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신고 의무 위반 시 제재하는 것으로 연좌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장유식 소장도 “가족을 규제하는 것은 우리사회 현실에 비춰볼 때 본인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고 그 범위도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으로 명확히 하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과 전체 언론기관 종사자로까지 확대한 데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장유식 소장은 “입법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물타기로 악용 가능하므로 사립학교나 언론은 고려하지 않았던 원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 교수도 “형법 및 특가법상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언론사 직원에게는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형법 규정과의 조화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국민의 청원권이 침해될 수 있고, 국회의원의 민원 관련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한편, 야당이 주장하는 상임위원회 법안소위 복수화에 여당이 반대하면서, 정무위에서도 법안소위가 구성되지 못해 지난달 말 19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이후 김영란법에 대한 논의가 중단 상태에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날 김영란법 처리만을 위한 ‘원포인트 법안소위’를 열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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