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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담뱃값 인상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등록 2014-09-12 16:16수정 2014-09-14 13:51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연정 문제와 민생경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05. 09.07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연정 문제와 민생경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05. 09.07 청와대 사진기자단
[기자 수첩] 담뱃값 인상 추진 논란
2005년 야당 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 회담 때
“국민 세금, 공과금 등 부담 너무 많다” 증세 반대
“담배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역진성을 심화시키고 밀수와 사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하려는 주 목적은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보다는 애초부터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이은 주민세ㆍ자동차세 등 증세안이 줄줄이 발표된 12일 금요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했다는 ‘이 말’이 ‘짤방’(사진)으로 돌았습니다. 2005년 9월 담뱃값 인상을 놓고 여야의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당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저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오늘날과 견줘 보면, 같은 사람이 한 말인지 의심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간결한 평소 화법이나 ‘지하경제활성화’ 등의 짧고 강한 단어 선택과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정말로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을까요? 잘못된 사실이 회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겨레>가 한 번 검증해봤습니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했다는 ‘발언 짤방’.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했다는 ‘발언 짤방’.
2005년 9월 7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담을 합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테이블에 마주앉은 자리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당시 연합뉴스를 비롯한 각 언론사들은 ‘노 대통령-박 대표 대화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모든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던 시절이기에 가능했겠지요. 이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오간 담뱃값 인상 관련 대화를 발췌합니다.

#1. “국민들에게 세금, 공과금 등 부담이 너무 많아졌다 … 세수 줄여야 경제 선순환”

노 대통령 국정의 첫 번째 관심은 경제이다. 우선순위 1번은 항상 경제다. 그러나 경제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다른 정책 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이 왜 경제 안 하고 경제 어려운데 그것 하냐고 한다. 경제에 관심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름대로 첫 순위는 항상 경제로 두고 있다. 문제가 있거나 정책에 있어서 빠트린 것이 있으면 지적하고 챙겨달라.

박 대표 대통령의 그런 뜻이 국민에게 전달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세금, 공과금 등 부담이 너무 많아졌다. 지난 2/4분기에 국민총소득은 제로였다. 그러나 각종 세금은 오른다고 예고하고 있다.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어려울 때 국민과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고 세금을 감세해야 된다. 한나라당은 감세법안을 여러 가지로 냈다. 유류세 10% 인하, 소득법인세, 장애인과 택시운전기사들을 위한 LPG 특소세 폐지 등 여러 가지 감세 법안을 냈다. 그렇게 하면 7조 정도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국민들도 처분여력을 할 수 있는 소득이 생기면 소비가 가능하고 또 공장이나 기업에 투자여력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고 한마디로 선순환구조로 바뀌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 “소주와 담배 등은 서민 애용”

박 대표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민연금 문제도 크다. 또 소주와 담배 등은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노 대통령 한 가지만 얘기하겠다. 7조원의 감세안을 한나라당 대표께서 말씀하셨다. 금년도의 세수 부족만 해도 4조원이다. 내년에도 세수부족이 예상되고 7조를 다시 감세한다면 10조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이처럼 깎을 10조 예산의 조목을 좀 정해 줬으면 좋겠다. 법인세 2%가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인하됐다. 그에 따라 세금이 2조3000억원 감소했다. 그 이익이 어떤 곳에 어떤 기업에 귀속됐는지 봐야 하고, 노동자들의 월급으로 환원됐다 하더라도 대부분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귀속된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논쟁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은 분석해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도록 하겠다.

박 대표 국민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를 가든 국민들은 자녀 교육을 시키면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이런 나라가 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청년 실업, 고용의 질의 악화, 이런 것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피부에 닿아야 되지 않는가.

즉,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세금이 오르면 국민이 절망하며, 소주와 담배 등 서민 애용품의 가격을 올려선 안 된다고 비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떠도는 짤방처럼 ‘담뱃값 인상이 소득역진성을 심화’한다거나,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보다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박 대통령이 직접 내세운 사실은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증진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논평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해인 2006년 9월 11일,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세수확정 목적의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다> 논평을 내고 “(정부가) 또다시 담배값의 500원 추가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보다는 애초부터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 “현재도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며 밀수와 사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며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추측컨대, 짤방은 한나라당의 이 논평과 박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서 ‘짜깁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500원도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이 2000원 인상안을 들고 나선 아이러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직접 정부를 운영해보니 “증세 없는 복지”의 어려움을 실감한 것일까요.

그런데 “증세 없는 복지”의 어려움이 생긴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꾸준히 기업 감세를 주장했고, 경제활성화 등을 이유로 기업 법인세를 대폭 낮춰줬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법인세를 감세해 최저세율을 13%에서 10%로,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췄습니다. 법인 세수는 25조(2008년 7월)에서 22조(2013년 7월)로 3조원 가량 떨어졌습니다.

법인세 외에도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직접세 세율을 인하했고, 반면 감세 대상이 아니었던 부가가치세와 유류세는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기업과 고소득층의 자산소득에 대한 각종 감세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중산층과 서민의 간접세에서 충당한 셈입니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정부는 12일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100%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소득 기준으로 재편해 예금 이자나 연금 소득에도 더 높은 보험료를 매기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속과 증여 소득은 재산의 개념이므로 보험료 인상 기준으로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복지를 위해 증세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이뤄진 기업 감세ㆍ부자 감세는 그대로 두고, 불로 소득인 자산 소득은 봐주면서,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을 ‘서민 증세’로 벌충하는 건 아닌지 두고 볼 일입니다. 시민들이 잇따른 ‘증세’에 분노하는 건 세금을 더 내지 않겠다는 의사라기보다 우선 조세 정의부터 갖추자는 뜻 아닐까요.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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