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76)이 성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12일 박 전 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날 경찰에서 당시 상황 등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도중 캐디 ㄱ씨의 신체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화가 난 ㄱ씨는 박 전 의장의 캐디 일을 그만두고 몇 시간 뒤 박 전 의장 쪽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던 박 전 의장은 이 소식을 듣고 다시 원주로 되돌아가 보좌진과 함께 사과했지만, ㄱ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대방이 내가) 손가락으로 가슴 부위를 한 번 쿡 찔렀다고 하는데 그런 적이 절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그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 내가 딸만 둘이라서 여성들을 보면 내 딸처럼 귀엽고 손녀처럼 정답고 해서 내가 등을 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며 신체를 일부 만졌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상대방이 내가 골프장 홀을 돌면서 여러 차례) 어깨나 등을 치거나 엉덩이 만지거나 그랬다고 하는데 그 때 한 번만 싫은 표정을 지었으면 그랬겠냐. 전혀 그런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나타낸 일이 없다”며 ㄱ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 전 의장은 “(어제 찾아가)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며 “지금 현장(골프장)에 다시 가서 한 번 더 이해해달라고 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원주/박수혁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