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안 폐기뒤 전문가·언론 등 토론해야
지난 22일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한겨레>는 공무원 연금개편안을 추진중인 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23일 긴급 인터뷰했다.
하위직 배려 하후상박 방식 검토 선거 없는 지금 아니면 절대 개혁 못해
공무원 낮은 처우 별도 보상 마련중
연금학회 오랫동안 연금문제 연구한 곳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급여가 적은 하위직을 고려한 ‘하후상박’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구조”라며 “고액연금을 받는 고위직의 연금은 많이 손대고, 하위직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음달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새누리당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연금개혁안을 추진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공무원을 배제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특위안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연금학회에 부탁하기 전에 공무원노조 쪽에도 개혁안을 내 달라고 부탁했으나 답이 없었다. 공무원노조안을 추후라도 받아서 검토할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납입 기간이 길고 부담률도 높다. 기여금을 많이 낸 결과인데 (국민연금과) 단순비교할 수 있나?
“옳은 주장이다. 다만,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사기업체 근무자나 자영업자 등과 비교해봤을 때 높은 건 사실이다.”
-공무원들은 낮은 처우를 연금으로 보상받는다고 주장한다.
“민간보다 보수 수준이 낮고, 노동권 등 기본권 제약을 받는 게 사실이다. 산재나 고용보험 적용도 못 받고 휴일근무도 제대로 보상 못 받는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하위직의 연금은 손을 덜대고 상위직 공무원의 연금을 많이 깎는 방식에 대해선?
“검토할 예정이다. 연금을 월 800만원 받는 고위직 공무원과 200만원 받는 하위직 공무원의 정부 지원금이 각각 400만원과 100만원이다. 많이 받는 이의 국가 지원이 많은 구조다. 많이 받는 이의 지원을 많이 줄이는 방식, 하후상박을 논의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축소는 공적연금 무력화를 통한 재벌보험사 주머니만 채우는 ‘연금 민영화’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절대 아니다. (연금개편으로 공무원들이) 연금을 더 내게 되기 때문에 민영보험에 가입할 여력은 오히려 더 줄어든다.”
-개혁안을 마련한 연금학회가 민간보험업체가 주도한 연구단체 아닌가?
“연금학회는 연금전문가로 구성된 단체로 그동안 국민연금·공적연금 문제점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 학회를 제외하고 연금에 대해 연구를 맡길 만한 단체가 많지 않다.”
-공무원 반발을 줄일 방안은?
“국민을 믿고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없는 지금이 아니면 절대 개혁을 할 수 없다. 다음달 안으로 새누리당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연금학회 개편안 절대 신뢰 못해”
정부·여당, 보험사 이익 대변 학회 내세워
논의서 직접 당사자’ 공무원 배제 안돼
22일 열릴 예정이던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거센 반발에 밀려 취소됐다. 공무원노조 등이 꾸린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노동자 500여명은 토론회 장소인 국회 의원회관으로 몰려가 “연금개악 중단”과 “공적연금 강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인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3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직접 당사자인 공무원을 완전히 배제한 채, 대기업 보험·금융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금학회를 내세워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마련했다. 여당이 밀실에서 만들어진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조차 열지 못하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 아니었나?
“먼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대기업 보험·금융사를 사실상 대변하는 연금학회가 만든 공적연금 개편안만큼은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100만 공무원의 판단이다. 연금학회의 개편안에는 공무원의 낮은 급여 수준, 민간기업 노동자보다 훨씬 적게 받는 퇴직금, 기초연금과 고용보험·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한계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평생 묵묵히 제구실을 하려고 노력해온 공무원으로서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다.”
-‘낮은 급여 수준’이라고 했는데, 공무원 급여도 차츰 현실화되는 추세 아닌가?
“우리 같은 하위직 공무원 9급 초임은 연봉 1900만원이 안 된다. 중소기업을 다니면 한 해에 평균 2453만원을 받고 대기업 노동자는 한해 평균 3700만원을 받는다. 공무원이 퇴직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퇴직금도 많아야 민간 기업의 39% 수준이다.”
-많은 국민의 인식은 ‘국민연금보다 많다’는 것이다. 일부 퇴직자의 공무원연금은 월 30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맞다. 나도 공무원의 한 사람이지만 그런 고액 연금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연금 상한액을 설정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맞다고 본다. 그런데 언론이 이와 함께 다루지 않는 사실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매달 급여의 4.5%를 납입하지만 공무원은 7%를 낸다.”
-공무원연금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공무원연금을 손볼 필요는 있다. 다만 연금학회안은 폐기해야 한다. 정부와 각계 전문가, 공무원, 가능하다면 언론까지 함께 참여해서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금 ‘당분간 선거가 없으니 밀어붙인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너무 정략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우리가 연금을 개편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공직사회의 파국을 초래할 뿐이다. 국정 운영은 힘들어질 것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하위직 배려 하후상박 방식 검토 선거 없는 지금 아니면 절대 개혁 못해
공무원 낮은 처우 별도 보상 마련중
연금학회 오랫동안 연금문제 연구한 곳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위원장
논의서 직접 당사자’ 공무원 배제 안돼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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