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담 중복지’는 엄밀한 학문적 개념은 아니다. ‘높은 조세부담으로 높은 복지 수준을 떠받치는’ 북유럽의 ‘고부담 고복지’ 국가들에 견줘 세부담과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의 복지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규모는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가 30%대에 이르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오이시디 평균 수준인 독일 같은 경우를 ‘중부담 중복지’ 국가로 분류하는데, 우리는 이 수치가 10% 정도에 불과하고 국민의 조세부담률도 오이시디 평균보다 낮다. 복지 전문가들은 한국을 ‘저부담 저복지’ 국가군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복지 수준’에 대한 기준이 복지 전문가들과는 꽤 차이가 난다. ‘보편복지’가 당론인 새정치민주연합 안에도 현재의 우리나라를 ‘중부담 중복지’ 국가로 규정하는 이들이 있다. 2010년 이후 무상급식·무상보육·기초연금 같은 보편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에서는 심지어 한국의 복지 수준이 ‘고복지’ 상태에 이미 도달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가의 부담능력에 견줘 수혜 대상과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여야 일부가 현재 ‘중부담 중복지’라는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의 복지 수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책 대안은 복지 수준 축소 또는 확대 등 전혀 딴판으로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정책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저부담 저복지’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유럽처럼 ‘고부담 고복지’로 가기는 어렵다. 지금의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개념 규정을 했다.
하어영 이세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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