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이 4월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진보정당 추진모임인 ‘국민모임’과 정의당 또한 별도로 후보를 낼 계획이라 야권 후보 난립이 예상된다. 8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곧바로 첫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5일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은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직 박탈 결정은 초법적 권한남용”이라며 “개인의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부당한 판결로 무시당한 유권자들의 소중한 권리를 찾아오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윤 전 의원(광주 서을) 또한 이달 중순께 출마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3곳(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을, 광주 서을)은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야권 후보가 적어도 4~5명 이상 나오는 분열 구도에서 치러지면 야권은 가장 힘겨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38%를 차지한 이상규 전 의원의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국민모임에서도 깜짝 인사를 낸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희철 전 의원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경기 성남 중원을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는 지난 총선 때 김미희 전 의원과 겨뤄 654표(0.66%) 차이로 떨어진 바 있다. 그만큼 지역조직이 탄탄하다. 이에 맞설 김 전 의원도 옛 진보당의 당권파인 경기동부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최대 1만표(득표율 10%) 정도의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여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표는 그만큼 갈리게 되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도 복잡하다.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후보가 나서서 39.7%를 득표한 바 있다. 오병윤 전 의원과 탈당한 이용섭 전 새정치연합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이고, 새정치연합에서도 조영택 지역위원장, 김하중 전남대 교수 등 후보들이 난립할 상황이라 새누리당이나 국민모임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야권연대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력한 당권주자인 문재인 후보나 박지원 후보 모두 야권연대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정의당, 국민모임 또한 옛 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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