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뒤 소속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문종 “많은 의원 동의 안해”
청와대쪽 “너무 나간 것 같다”
일부선 “희망 생겼다” 호평
향후 당내 노선 갈등 가능성
청와대쪽 “너무 나간 것 같다”
일부선 “희망 생겼다” 호평
향후 당내 노선 갈등 가능성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보수의 새 길’이란 진보적 의제들을 제시해 야당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는 뭇매를 맞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닥 민심에 민감한 초선·수도권 의원 등은 원내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향후 당내 노선 갈등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은 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원내대표로서 그동안 실질적으로 당내 조율 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그런 사안에 대해서도 어제 언급을 했다”며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개인 의견’이라고 폄하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 연설에) 많은 의원이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며 “너무 대중적인 인기에 집착하면 당 전체를 희생해서 자기 개인(유 원내대표)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한 친박 의원 역시 “(유 원내대표는) 본분과 직책에서 벗어난 행동을 너무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유 원내대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뚜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출구조 조정 등으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에,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말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무성 대표도 유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면) 국회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 그 전에 우리 당내에서도 합의하는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편안 등을 처리한 이후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접어들면 자신의 비전을 담은 총선 공약을 만들면서 의원들을 설득해갈 계획이다. 민심에 예민한 초선과 수도권 의원들이 여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별도의 입장 표명을 통해 “새누리당의 원내 지도자가 대표로 발언을 했으면 그건 분명히 당의 입장이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도 “요즘 밤잠이 안 올 정도로 당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희망이 생겼다”며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보미 석진환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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