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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홍준표의 ‘구차한’ 해명…‘1억 수사’ 초점 흐리기

등록 2015-05-11 21:37수정 2015-05-12 01:31

“당대표 경선 기탁금은 아내 비자금,
국회 대책비 남긴 돈 대여금고 보관”
‘실정법 위반 실토’ 기자회견 자청
“도지사 선거 때도 배달사고 전례”
돈 전달자 신빙성 흔들기 안간힘

검찰 “사실 반박 아냐…의미 없어”
회유 전화 측근 소환 막바지 조사
홍준표 경남지사. 창원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 창원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은 아내가 대여금고에 넣어둔 ‘비자금’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턱밑까지 다다른 수사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 등 실정법 위반 행위를 자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11일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작심한 듯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홍 지사는 “2012년 12월 도지사 재보궐선거 당시 공보지원단장을 역임한 박주원 전 안산시장이 성 전 회장하고 통화하는데 (돈 심부름을 했다는)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내 캠프에 큰 거 한장(1억원) 전달한 것처럼 이야기를 한 것이 있다. 그게 배달사고였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진술서를 4월30일 제출했다”며 “검찰이 (박 전 시장을) 불러서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또 “아내가 집 근처 은행에 대여금고를 빌려서 2011년 6월 당시 3억원가량 가지고 있다가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줘서 기탁금을 냈다”며 “아직도 1억5000만원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는 아직 (당대표 경선 무렵의) 일정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검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윤씨가 수시로 말을 바꾸기 때문에, 우리가 일정표를 먼저 제출했을 때 그 일정에 끼워넣어 돈을 주었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고 했다.

홍 지사의 해명은 재판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먼저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려고 했다.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 1억원을 중간에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 윤씨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홍 지사는 수사 대상인 2011년 당대표 경선자금 1억원에 대해서도 ‘배달사고’를 주장해 왔다.

그는 또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출처 소명을 요구하는 경선기탁금 1억2000만원도 아내한테서 나왔다며, 성 전 회장 돈으로 경선을 치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시절 번 돈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다달이 받은 국회 대책비 중 일부를 남겨서 “생활비”로 줬더니 아내가 그 돈을 모아놨다는 것이다.

검찰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쓸 때 필요한 형식적 요건과 논리를 준비한 것 같다. 기소 이후까지 대비해 장기적인 포석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한 부장검사는 “대여금고 주장은 검찰 입장에서도 (진위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얘기다. 자기가 살짝 흠이 나는 것을 감수하고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상황이 홍 지사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홍 지사는 당대표 경선자금 1억1000여만원, 기탁금 1억2000만원을 사용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는 8일 소환조사에서 경선자금 소명자료는 충실히 제출했지만, 기탁금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의 한 특수부장은 “조사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며칠 뒤 부랴부랴 해명했는데, 그 내용이 궁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검찰 고위간부도 “윤씨 진술을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장기간 현금으로 관리된 돈이라면 출처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해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핵심은 윤씨를 통해 돈을 받았느냐이지, 현금으로 움직인 돈의 ‘구성 성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돈을 받았다는 날짜와 장소를 검찰이 특정하지 않는 상황이라 알리바이 ‘보호’를 위해 일정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여러 진술과 자료로 홍 지사와 윤씨의 회동 및 금품 전달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해명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그의 측근인 엄아무개 전 보좌관을 소환조사했다. 엄씨는 지난달 윤씨에게 전화해 회유를 시도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 부인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 쪽이 (부인을) 법정 증인으로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조서를 받아두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해명이 현재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쪽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팀은 경남기업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구속된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을 이날 기소했다.

노현웅 정환봉, 창원/최상원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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