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도부 실망 기색 역력
“어떻게 하겠단건지 물어보려 했는데”
청와대, 국회비난하면서도 나서기는 소극적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도 끊겨
회동날짜 못잡고 ‘공중전’만
“어떻게 하겠단건지 물어보려 했는데”
청와대, 국회비난하면서도 나서기는 소극적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도 끊겨
회동날짜 못잡고 ‘공중전’만
지난 6일 공무원연금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발된 이후, 정치권의 ‘연금 재논의’가 열흘이 되도록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를 겨냥한 청와대의 대안 없는 무차별적 강공과 서로 간의 불신이 당·청 간, 여야 간 대화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 청와대 ‘17일 회동’ 돌연 보류
청와대는 오는 17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보류할 것을 14일 새누리당에 통보했다. 애초 17일 회동에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참석해 여야 재협상의 출발점이 될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등에 관한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었다.
청와대는 갑작스런 회의 보류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보류’나 ‘연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현재의 채널로 그대로 갈지 아니면 강화해야 할지를 포함해 현재 협의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정청 서열 2위가 참석하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로 격상시키는 방안 등을 고민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지만, 청와대가 겉으로는 국회를 연일 비난하면서도 정작 직접 나서서 책임지고 상황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고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여야는 고위급 회동을 17일 여는 방안을 포함해 일정을 조율중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꽉 막힌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려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당직자는 “우리끼리(당정청)도 뜻이 안 모아졌으니 (이번에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물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당정청 사전 조율을 거쳐 시간과 장소까지 언론에 공개된 회의를 굳이 보류시킨 건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여야 합의를 뒤집어 판을 깬 청와대에 불만을 토로하며 ‘정확한 입장을 따져묻겠다’고 공개적으로 별러왔다.
■ 여야 협상도 꽉 막혀
여야 원내대표 사이 물밑 접촉도 끊겼다.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 정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두 원내대표가 별도로 다시 만나는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14일에도 ‘공중전’만 이어갔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 손아귀에서 벗어나 국회 공동으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에 동참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에서 ‘50%’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또 한편에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새정치연합 당 차원에서 새로운 입장을 정리한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하겠다”고 제안했다. ‘50% 명문화’를 놓고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의견이 나뉘는 것을 간파한 새누리당이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보려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공격의 화살은 서로에게로 향하지만 내부 재정비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속내는 비슷하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중에 ‘우리 뜻과 다르다’고 할 수도 있으니 (우리는) 청와대의 의견 통일이 중요하고 야당도 지금 안에서 기초연금, 법인세 인상 같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아니냐”며 “5월 처리는 어렵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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