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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자스민 “20년전보다 이주민 바라보는 시선 나빠져”

등록 2016-01-07 17:29수정 2016-01-08 08:59

“20년전 외국인이란 호기심 있었다면
지금은 뭘 가져가려고 왔느냐는 시선
지역구 나가긴 부담…비례대표 원해”
“20년 전에는 한국에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었는데 요즘은 ‘왜 왔어요?’라고 물어요.”

‘어떻게’와 ‘왜’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입국한 지 올 3월로 20년이 되는 이자스민(39) 새누리당 의원은 그 긴 시간 동안 이주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변화된 시선을 이렇게 설명했다.

“20년 전에는 ‘외국인’이라는 신기한 대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2000년대 중반쯤부터 ‘너네 대체 뭘 가져가려고 왔느냐’는 시선으로 바뀌었어요. 이주민에 대한 정책 지원은 좋아졌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옛날이 훨씬 좋았습니다.”

이 의원은 7일 공개된 <한겨레>의 팟캐스트 ‘디스팩트 시즌2’(▶바로가기) 녹음을 위해 지난 5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 어느 경제학자가 ‘당신은 많은 이들이 자기들보다 아래 계층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인물인데,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가는 순간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경제가 점점 안 좋아질수록 가장 쉬운 타깃은 약자니까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정말 그 말씀처럼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의 이민 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이민’이라는 법적 개념이 없기 때문에 독일 등과 같은 이민 국가가 아니다”라며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외국인’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은 고용허가제로 잠시 머물며 일하러 온 이주 노동자, 한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결혼 이주자, 유학생, 귀화 한국인이 된 이주민 등이 있을 뿐이니 외국인 신분으로 이민 제도를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그래서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이민 국가로 나아가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최근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민 정책을 넣어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주민을 대표하는 비례 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던 지난 2012년에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우리나라가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인정하기 시작했구나’ 싶어서 기뻤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문화 가정’과 ‘한국 가정’으로 나눠 이주민들을 라벨링(낙인 찍기)하는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국회에 들어와보니 제대로 된 이민자 관련 단어가 ‘다문화’뿐이고, 이 단어가 없어지면 정책 지원도 사라지더라”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에 대해서도 “아동권리협약에 들어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주민 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 출생등록권을 보장하자는 내용”이라며 “출생등록으로 국적이 생긴다는 오해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국적이랑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교육부 지침상 교장 허락 하에 학교에 들어갈 수 있고, 보건복지부 지침상 정해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지침은 언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나의 법안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를 재선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 의원은 “저는 이주민들을 대표해서 일하라는 직능대표이기 때문에 지역을 위한 정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역구보다 비례대표가 맞다”며 “과거에는 비례대표를 여러 번 하셨던 분들이 계시지만, 요즘은 (비례) 재선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가 지역구로 나가기에도 당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수자인 ‘여성’으로서의 처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가)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의원들을 배출했음에도 15.7%에 불과하잖아요. 여성 의원들은 수년째 여성 의원 30% 보장을 얘기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어쩌다 뛰어난 여성이 있어서 유리천장을 뚫기도 하지만 중간 계단이 없으니 불안정하지요. 그러니 떨어질 때도 너무 힘들게 추락합니다.”

여성과 이주민이라는 이중적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인간 이자스민’과 ‘정치인 이자스민’의 이야기를 담은 팟캐스트 <디스팩트 시즌2>는 7일부터 팟빵과 아이튠스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디스팩트#09-이자스민 “20년 전보다 이주민 보는 시선 나빠졌다”

글·사진 이재훈 박수진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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