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수 파문 회견에 청와대 시큰둥
소장파·대선주자들도 미지근
상임위서 "어서 말을 해" 독촉
“혼자 잔다르크처럼 뛰어나갔는데,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거죠.”
20일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박근혜 대표의 모습을 이렇게 비유했다. 당 밖의 ‘상대방’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적극적인 호응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청와대쪽 반응이 시큰둥하다. 박 대표는 지난 18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 파문과 관련해 연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관해 태도를 확실히 밝혀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청와대 브리핑을 읽어보라”고 되받았다.
당의 대응 태도도 엉거주춤하다. 기자회견 당일인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출석해 일대 격전이 예상됐으나, 한나라당에선 법사위원 5명 가운데 3명만 출석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천 장관의 기세를 꺾지도 못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원희룡 최고위원을 축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는 비판적이지만, “이념 문제에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박 대표 주장과는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있다.
당내 대선 예비후보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이용한 편가르기는 그만 둬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고,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애초 말이 돌던 ‘장외 투쟁’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박 대표가 언급한 ‘구국운동’의 구체적인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급기야 박 대표는 20일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양쪽을 겨냥해 ‘독촉 발언’을 했다. 박 대표는 “지난 화요일 기자회견을 해 대통령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왜 아직까지 답을 안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제1야당의 대표가 한 질문에 답을 안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에 대해서도 “다음주 대정부 질문 때 선거지원 유세할 사람 빼고는 모두 자리를 지켜 정부에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국회의원 120여분 한분 한분은 모든 연락을 동원해 여론을 환기시켜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해 이명박 시장에게 가렸던 자신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논리가 비약적인데다 갑자기 강공으로 나간 탓에 당의 전체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수구적인 인물에 포위된 박 대표가 이들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박 대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 운영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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