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13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연승하며 새누리당 머릿속에 국민 사라져
이번 총선 결과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박대통령 ‘민의 존중’ 언급은 말보다 실천 중요
국정·인적 쇄신 과감히 하고 국회와 더 대화해야
대표 출마는 친박이 아닌 당 개조 적임자이기 때문
이번 총선 결과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박대통령 ‘민의 존중’ 언급은 말보다 실천 중요
국정·인적 쇄신 과감히 하고 국회와 더 대화해야
대표 출마는 친박이 아닌 당 개조 적임자이기 때문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호남에서 두번째 당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은 20일 “이번 총선은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이라며 “국정 쇄신과 인적 쇄신을 과감하게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새누리당 사람들은 오만과 자만, 교만으로 가득해 국민은 없고 습관적 승리에 따른 전리품에만 눈이 갔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선 직후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힌 이 의원은 “나는 친박으로 전당대회에 나가는 게 아니다. 나를 그런 틀에 가두려는 시각은 옳지 않다”며 “새누리당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에 이어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내고,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호남 지역구(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뒤 20대 총선에서도 승리해, 3선 의원이 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당선 축하한다. 호남 지역구에서만 재선에 성공한 의미와 비결은?
“그동안 지속돼온 지역 분할 구도가 2014년 7·30 보궐 선거 때 순천 시민에 의해 깨지고 이번에 한번 더 확인되어 (지역 구도 파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촉발점이 됐다. 여기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23년 동안 변함 없이 새누리당으로 호남에서 출마하면서 일관되면서도 소신을 갖고 해온 데 대한 진정성을 받아들여 준 것이다. 한마디도 진심이면 지역 구도도 넘고, 이념도 넘고, 미움도 넘어서게 된다.”
-새누리당이 제1당 지위를 잃어버린 이번 총선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 패배의 원인은?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리고 원인을 지금 쉽게 찾아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답이다. 복합적인 것이 있다. 오히려 지금 해답을 찾는 것보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시간적 여유를 갖고 폭넓게 찾아야한다. 그래도 원인을 찾자면, 집권당으로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신념을 보여주는 것보다, 단지 선거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착해온, 민의와 동떨어진 인식과 행태에서 비롯된 것 같다. 특히 새누리당이 각종 선거에서 연승해오면서 새누리당 머릿속에서 이미 국민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직 승리 뒤에 얻을 각자의 전리품에만 눈이 어두웠다. 절대적인 패인이다. 그게 바로 곳곳에서 오만과 교만으로 나타나고, 집권당다운 털끝 만큼의 모습이라곤 없었다. 그런 무능에서 비롯됐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사람들에겐 오만과 자만 교만으로 가득해 국민이 없었다. 또다른 습관적 승리에 따른 전리품에만 눈이 갔다. 그걸 차지하려는 욕심만 가득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인가 정권에 대한 심판인가?
“그많은 국민들이 선거에서 이런 정도 심판했다는 것은 집권 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이다. 누군 예외고 누구를 집중적으로 탓하고 이래선 안된다.”
-친박 패배 책임론이 있다. 친박계 핵심으로서 어찌 생각하는가?
“책임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제 역할을 못한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의원은 ‘엎드려 사과해야하느냐’는 말도 했는데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존중하고, 거기에 맞춰 변화된 모습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의 표현을 어떻게 하고 자세를 어떻게 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야당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비난이다. 그리고 정치적, 수사적 공격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인정하고 민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그 말에 대해 앞으로 실천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사과 용어나 강도 행태 이런 부분에 대해 더는 말할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방식 가운데 꼭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이번에 제일 중요한 것이 민의가 어디로 떠났는지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추진력 많은 국정기조를 정해서 해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성과가 부족했다면 좀더 추진력에 비중을 둘 것이고, 외교·안보, 경제 등 국정 기조를 오래 유지해왔는데 이 부분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면 거기에 맞는 인적 구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떤 것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국정 쇄신, 인적 쇄신도 당연히 과감하게, 대대적으로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입법부의 권력 구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입법부에 요구를 했다면 이제는 협조를 구하고 좀더 많은 대화와 접촉, 교류와 설득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두배 세배 늘려야한다. 국민, 국회, 언론과의 접촉과 설득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변화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체제는 어떻게 꾸려져야 한다고 보는가.
“그런 것도 초반에 결론을 빨리 낼 게 아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되면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느냐가 아니라 비대위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역할에 대해 많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고 그게 정해지면 외부인사를 찾거나 괜찮은 내부 인사를 찾거나 해야 한다. 먼저 사람부터 정하고 논의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 것은 실패를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이다. 매우 우려된다. 그런 부분들에 충분한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친박 책임론 속에 전당대회에 나서는 이유는? 꼭 친박이 당권을 쥐어야 하는가?
“나는 친박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총선 출마 선언부터 선거 기간 내내 당 대표가 되어서 새누리당의 정치와 정치인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얘기해왔다. 선거 결과로 인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23년간 5번 출마하고 호남의 시각으로 당에서 폭넓은 부분을 봐왔다. 그런 시각으로 지금 화석 처럼, 완전히 정물화처럼 된 새누리당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내게 무슨 친박이네, 비박이네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다. 내가 친박이라는 것을 내세웠다면 호남에서 됐겠나. 나를 그런 틀에 가두려는 시각이 옳지 않다.”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선 어찌 보는가?
“개인에 대해 언급 하지 않겠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논란이 있는데
“이들을 영원히 안 받아들일 것인가. 언젠가 받아들일 것이라면 분열과 갈등을 키우지 말고 빨리 모두 복당시켜야 한다.”
-3당 체제에서 원내 2당으로 내려앉은 조건에서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약 40% 남았다. 집권당으로서 국정의 동반자로서 완전히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권 재창출에 대한 기대를 주는 거다. 이 단계에서 어려워졌다고 소홀히 한다고 하면 안 된다. 둘째는 기왕 이렇게 된 것, 새누리당이 2당이 되고 국회 절대 권력은 야당이 지닌 상태에서 이런 기회에 국회와 정당 정치의 비정상적 부분을 과감히 정상화시키는 일을 주도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국회에서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이 적용 안 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런 것을 포함해, 국회가 지닌 각종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수가 적은 제2, 3당이 숫자에 밀리지 않겠다며 다수결 원칙을 파손한 국회의 행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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