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20년 논란
이명박 대선공약 지역갈등 점화
4년차 백지화…박근혜와 신경전
박, 대선공약 내걸며 되살아나
이명박 대선공약 지역갈등 점화
4년차 백지화…박근혜와 신경전
박, 대선공약 내걸며 되살아나
영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여년 전인 1990년대로 거슬러 오른다. 부산시는 1992년 도시기본계획 항목 가운데 하나로 신공항 건설을 넣었다. 이후 부산뿐 아니라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 영남권 다른 광역시도들도 관심을 나타냈고 2005년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건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말 검토를 지시한다.
신공항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한 것은 이명박 정권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뒤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맡긴다. 국토연구원은 부산이 내세운 가덕도와 나머지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이 내세운 경남 밀양을 대상으로 용역을 진행했다. 발표가 임박하자 ‘부산 대 나머지 영남 지역’의 갈등은 물론, ‘영남권에만 신공항이 필요하냐’는 수도권의 반발로 ‘수도권 대 영남’ 갈등까지 번졌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집권 4년차인 2011년 3월30일 계획을 백지화했다. 가덕도와 밀양 모두 비용 대비 편익(B/C) 수준이 타당성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2010년 지방선거 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한껏 미룬 끝에 나온 결과였다.
정부 발표는 당시의 현재 권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미래 권력이던 박근혜 의원 사이의 날선 신경전으로 치달았다. 백지화 발표 다음날 지역구인 대구를 찾은 박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신공항은 필요하다. 계속 추진할 일이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역구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이해한다”고 받아넘겼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도권 중심의 친이계와 영남권 중심의 친박계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백지화됐던 영남권 신공항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되살아났다. 이후 신공항 유치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하는 등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공약에 빠짐없이 등장했고 결국 정치 쟁점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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