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일 당 윤리위원장으로 내정한 부구욱(64) 영산대 총장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재판의 배석 판사 출신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부구욱 총장은 판사 출신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분으로 굉장히 어렵게 모셨다”고 밝혔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부 총장을 추천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부 총장은 1992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2심 재판에 배석 판사로 참여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씨가 사회부장이던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강씨를 기소한 사건이다. 공안당국은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뒤 대정부 투쟁이 격화하자 유서대필 사건을 통해 정국 반전을 꾀하려 했다. 부 총장이 배석 판사로 참석한 재판부는 강기훈씨의 필적과 유서의 필적이 같다고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가 뇌물수수죄로 구속됐음에도 ‘허위 감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
부 총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주심판사는 아니었으나 중요 사건이라 열심히 재판에 참여했다”며 “최선을 다해 법관의 양심에 따라 제대로 판결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대법원에서 어떤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해 언급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윤리위원장을 영입하면서 기본적인 검증을 세심하게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