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관계자들 증언 잇따라
김기춘, 모철민 교문수석 통해
문체부에 “손 좀 봐라” 주문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미경 부회장 퇴진 종용 전화
민정실, 자체조사 나섰다 덮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청와대가 씨제이(CJ)그룹을 압박한 결정적 이유는 영화 <변호인> 때문이었다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또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넣은 조원동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 자체 조사가 이뤄졌으나, 조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진술해 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겨레>가 문체부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씨제이그룹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이 본격화한 것은 2014년 초부터다. 문체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2013년 중순부터 청와대에서 ‘씨제이 쪽을 조사해서 손을 좀 보라’는 주문이 문체부에 간간이 내려오기는 했으나 2014년 초부터는 그 강도가 갑자기 높아졌다”며 “당시는 영화 <변호인>이 1000만명을 돌파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다시 살아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청와대의 지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지시해 문체부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1981년 9월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2013년 12월18일 개봉해 한국 영화로는 9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다. 주인공 변호사의 모델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그러나 “문체부가 청와대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자 그 과제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며 “문체부를 대신해 숙제를 떠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왜 우리가 덤터기를 써야 하느냐’며 문체부 쪽에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4월4일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씨제이 이앤엠(CJ E&M)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그해 12월 씨제이에 대해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씨제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를 나왔으나 크게 문제삼을 게 없자 이 사안과 별 관계가 없는 영화진흥위원회까지 다그치는 등 뭐라도 찾아내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조원동 수석이 이미경 씨제이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녹음 파일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조원동 수석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이 2014년 1~2월 무렵 청와대에 들어와 민정 쪽에서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녹음 파일의 진위 여부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조 수석을 조사했는데 조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해 더 이상 조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수석에 대한 조사 결과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올렸다”며 “보고 며칠 뒤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인 안봉근 비서관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그 사건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