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연 청문회에서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며 머리손질하는 모양을 손짓으로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이 전화로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던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국 대사)이 2주 정도 만에 “착각한 것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월28일 중국 대사관 정례간담회 전에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중대한 사태에 대면보고를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계속 관저에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로포폴 등으로 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당시 김 전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이 전화로 지시도 했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중에 대통령이 깨어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시 좀 넘어서 전원구조가 아니었다는 정정보고도 했다. 그러고 나니 대통령이 심하게 질책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들이 “정상적으로 통화했다는데 중대본 방문 때 상황파악이 안 된 질문(구명조끼)이 나오느냐”고 추궁하자, 김 전 국가안보실장은 “통화 중에 선체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이 “유리창을 깨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면 (중대본에) 전달을 했느냐”고 캐묻자 “했으면 중대본으로…” 하고 말을 얼버무린 바 있다.
그런 김 전 실장이 2주 정도가 지난 14일 청문회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을 한 것인지 확답 못 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전 실장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했을 가능성도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제가 어제(13일) 청와대에 와서 ‘나는 유리 깨서라도 구하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워딩이 있냐’고 하니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추정하건대 누락이 없도록 샅샅이 뒤져 구조하라는 말을 제가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유리 깨고서라도 구하라고 말을 했는데 워딩 (기록)이 안 된 것인지… 확답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또 “청와대와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제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전화기를 안 갖고 있고, 청와대에서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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