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왼쪽)을 접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나 2030년 월드컵을 북한을 포함해 중국·일본과 공동 개최하고 싶다는 ‘깜짝 메시지’를 내놨다. 인판티노 회장은 한국에서 20살 이하(U-20) 월드컵이 치러진 것을 계기로 방한해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지역 국가들 간 공동개최를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수 있다면 남북평화와 동북아 지역 평화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30년 월드컵에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중국, 일본, 북한 등과 구체적 이야기가 오간 상태는 아니며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은 한반도 분단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평화가 확립이 안 돼 세계적으로도 가장 긴장이 높은 지역이다. 유럽공동체처럼 집단 안보와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축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동북아월드컵 공동 개최’ 아이디어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축구가 스포츠 중 가장 평등하고 민주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인판티노 회장은 “비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웃나라와 이야기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필요하다면 축구를 통해 (동북아 공동체 구상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전하며 “이틀 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날 계획이 있는데, 시 주석의 반응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여러 나라가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인판티노 회장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적어도 2개 국가, 많게는 3~4개 국가가 함께 대회를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각각의 나라에서 4~5개의 경기장을 활용해 함께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파 평의회 위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뿐만 아니라 북한도 공동 개최에 동참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공동개최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최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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