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남궁 박사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순 없다. 하지만 북·미가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과정에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로 통하는 토니 남궁 전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19일 오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새 정부가 남·북·미 3자 대화를 추진한다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에도 평양에 다녀왔다는 그는 북·미 간 ‘뭍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다음은 남궁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북·미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분명 불행한 사태지만, 되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웜비어 석방은 정말 오랜 만에 북·미 두 정부가 협력한 첫 사례다. 의료진은 웜비어의 영양상태가 좋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왜 이제야 석방한 걸까?
“지난해엔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 이른바 ‘참수작전’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북한이 분노했다. 이번에 석방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럴 것으로 본다. 웜비어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억류된 미국인 3명을 모두 면담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정책으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내세웠다.
“2단계 프로세스다. ‘최대의 압박’을 가해 북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게 1단계다. 2단계인 ‘최대의 관여’는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와 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북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은 이같은 단계별 전략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압박과 관여,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인가?
“한국 언론에서 그런 보도가 나오는데,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비핵화는 협상의 끝에 나오는 결과이지, 전제 조건이 될 수 없다.”
-북이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면 대화가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본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 단계일 뿐이다.
-한국의 새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정치·군사적 문제를 우선시한다. 이는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다. 남북관계 개선은 그 뒤다.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역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도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는 없다. 다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낼 수는 있다.”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과는 전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익숙한 공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북·미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글 정인환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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