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안에서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히는 김용갑 의원(가운데)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선(왼쪽), 김형오(오른쪽) 의원과 애기를 나누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 한나라 대권후보 '대안부재론' 흔들흔들
한나라당 안에서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현 대표 외엔 달리 후보가 없지 않으냐는 ‘대안 부재론’에만 기대고 있다가는 차기 정권 창출이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3∼4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를 앞두고 당 내부에선 당 쇄신론이나 해체론, 대선 예비후보 확대론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는 박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당 지지율 하락 등을 불러왔다는 상황 진단이 깔려있다. 최근 원희룡·정병국·남경필·임태희·박진·권영세 의원 등 소장파 6인의 ‘돌밥회’ 모임에선 “2007년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로 소장파에서 한 사람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당내 움직임의 한 단면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1일 “박 대표로 안 된다면 대안이 뭐가 있는지도 의원 연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박 대표 이외에도 다양한 대선 후보군들에게 당의 문호가 개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대권 예비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며 “박근혜·이명박·손학규에서 나아가, 박진·원희룡·고건·정몽준은 왜 안 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장파들은 이번 연찬회에서 지금의 박 대표 체제가 다른 후보군들이 활동하기 힘든 ‘폐쇄구조’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박근혜 한계론’은 당내 보수진영에서도 만만치 않다. 보수성향 의원들은 박 대표가 과거사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보를 보인 것이 당에 짐이 되고 있다며, 박 대표 중심의 현재 당 구조 자체의 변화를 거론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박 대표의 태도를 문제삼는다는 점에서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강경파들과 공격 지점이 같다. 소장파 "문호개방 후보군 넓히자"
강경파 "과거사 짐이 너무 무거워"
영남파 "자민련·뉴라이트 대연합"
영남 보수층이 주축인 ‘자유포럼’의 간사인 이방호 의원은 이날 “호남·충청권 보수 인사들과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모임에 속한 이상배 의원은 민주당과 자민련, 뉴라이트(신보수) 등을 포괄하는 ‘범보수 대연합론’을 제기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도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과의 당 대 당 합당이나 연대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한계론을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이 당장 박근혜 체제에 도전장을 내미는 분위기는 아니다. 박 대표가 지닌 대중성이 여전히 막강한데다, 그를 대신할 대안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현 시점은 뚜렷한 대안이나 방향성 없이 ‘박근혜 흔들기’에 주력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의원 연찬회에서 박 대표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와 당 개방성 확대 문제 등은 분명히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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