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지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당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6일 발표한 ‘명진 스님 불법사찰 사건’ 조사 결과,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요청으로 국정원이 명진 스님을 광범하게 사찰하고,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 등을 통해 비판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날 “청와대는 2010년 1월부터 민정수석·홍보수석·기획관리비서관실 등을 통해 명진 스님의 사생활, 비위, 발언 등 특이 사항을 파악·보고하고, 비위사실 및 좌파활동 경력을 인터넷상에 적극 확산할 것을 국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개혁위는 “원세훈 전 원장이 간부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명진 스님에 대한 견제활동을 지시했다”며 “국정원 담당부서는 명진 스님의 정부·대통령 비난 발언, 개인 비위 사항 등 동향을 종합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및 국정원 지휘부에 수차 보고했다”고 전했다. 개혁위는 특히 “국정원 심리전단은 원 전 원장과 청와대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사이버상에서 토론글에 찬반투표를 하거나 댓글을 게재하고 인터넷 매체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진 스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고, 보수단체의 견제활동을 유도했다”며 원세훈 전 원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개혁위는 다만 국정원 존안자료나 관련자에 대한 조사 결과 조계종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 전환이나 명진 스님을 주지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명진 스님은 당시 봉은사 주지 4년 재임 중 마지막해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화 과정에서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판하는 법회를 매주 열면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함께 비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봉은사 경내에 ‘중수부 검사들 출입 금지’ 펼침막을 걸어놓기도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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