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상경대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불확실성 시대를 헤쳐가는 신뢰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년반만에 연세대서 첫 강연…팬클럽 등 1천여명 모여
노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 “본틍과 판단 따랐다”소회
“국민중심·민주 등과 손잡을 거냐” 묻자 “전혀 무관”
고건 전 국무총리가 긴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대중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면서도 정치활동을 자제해온 고 전 총리는 13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가는 통합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해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1년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강연장에는 그의 팬클럽인 ‘고사모 우민회’ 회원과 학생 등 1천여명이 몰렸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진보·보수의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여야 정치권을 두루 비판했다. 그는 또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적 실용주의’가 중요하다”며 “아무리 로드맵이 그럴 듯해도 실행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위에 그치며, 작은 정부나 큰 정부가 아니라 똑똑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상표’인 중도를 강조하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은근한 비판의 뜻을 밝힌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제게 리더십이란 조심스러운 화두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화두”라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에둘러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강연 뒤 중부권 신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지적한 무슨당 무슨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 들머리에서 지난해 총리 재직 시절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떠한 선례나 매뉴얼도 없이 순전히 저의 본능과 판단에 따랐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강연을 놓고는 사실상 정치활동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우선 나오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봐도 된다”며 “연말에는 부산대 강연을 비롯해 각종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주춤하고 있는 지지율이 고 전 총리의 정치 행보를 재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때 30%를 웃돌며 여유있게 2, 3위권 후보들을 따돌렸던 고 전 총리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20% 초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지며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측근인 신중식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고 전 총리가 지지도 하락 돌파를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아무런 정치세력이 없는 고 전 총리가 ‘이미지 정치’의 한계를 느끼고 지지율을 다질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은 “연말 쯤엔 뭔가 활동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에 따라 활동을 시작한 것 같다”며 “본격적인 세력정치를 가동하기 전단계로서, ‘담론정치’를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젊은 시절 사진을 올리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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