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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앉아서 일합시다”…신문 칼럼에 원유철이 응답했다

등록 2017-12-28 16:18수정 2017-12-28 19:27

손아람 작가 글에 착안 ‘앉을 권리법’ 대표발의
손 “신년 선물받은 기분…같은 방향 보는 일 많아졌으면”

‘12시간31분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매일 세우는
우리 곁의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앉을 권리’를
지난 2006년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의자놓기 운동’을 펼쳐온 결과, 이제 마트 등지에서 계산원을 위한 의자 등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의자’에 앉은 서비스노동자에게 향하는 시선은 낯설기만 하다. (왼쪽) 영화 <카트> 스틸컷. (오른쪽)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06년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의자놓기 운동’을 펼쳐온 결과, 이제 마트 등지에서 계산원을 위한 의자 등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의자’에 앉은 서비스노동자에게 향하는 시선은 낯설기만 하다. (왼쪽) 영화 <카트> 스틸컷. (오른쪽) 게티이미지뱅크.

“발언대 뒤에서 앉을 권한은 의장에게만 주어진다. 그래서 ‘체어맨’이라고 부른다.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려던 이종걸 의원이 세웠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그는 의자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12시간31분! 벅찬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매일 느낀다는 그 기분 말이다.”

손아람 작가의 <한겨레> 칼럼 ( ▶관련기사 보기 : [야!한국사회] 앉을 권리 )은 국회에서도 널리 읽혔다. 2016년 2월의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의 기억을 매개로, 우리 곁에 매일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를 펼치고 있는 맥도날드 등과 같은 패스트푸드점의 젊은이들을 환기시키는 글이었다. 당시 필리버스터를 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맞서는 집권여당 (새누리당,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실에도 이 글은 또 다르게 와닿았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노동자들이 갖지 못한 ‘앉을 권리’에 대한 두드림으로서다.

대형마트 계산대에서는 이제 의자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노동계에서 마트 계산원 등을 중점 대상으로 ‘의자 놓기 운동’을 펼쳐온 결과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의 규칙에 의자 등을 비치하라는 권고가 반영됐고, 언론과 시민들의 눈길이 달라지면서 대형 마트 등에선 앞다퉈 의자를 놓기 시작했다. 제공된 의자의 높이가 계산대에 맞지 않거나 아직도 의자에 앉은 계산원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마트 노동자들도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선 아직 의자란 다른 세상 이야기다. 매분매초 바쁜 업종 특성이라 해도, 잠깐 다리를 쉴 공간조차 없다는 것은 젊음에게도 고된 일이다. ‘꿀알바’라고 핀잔받는 편의점 노동자는 담배 전시대에 기대섰다간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이들에게도, 당당한 의자를 줄 수는 없을까.

원유철 의원이 26일 발의한 일명 ‘앉을 권리법’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이철호 원유철 의원실 보좌관은 “그동안 의자 비치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규칙에 기재된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사업주가 지키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던 것”이라며 “의원실 회의에서 논의가 됐고, 원 의원이 흔쾌히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법안을 발의해 보자고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새로 발의한 법안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조치를 해야 하는’ 근로 조건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24조 5항에 ‘장시간 동안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자세로 근무하여야 하는 경우’를 포함시킴으로써, 의자 비치 등을 사실상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보좌관은 “텔레마케터처럼 계속 앉아서 전화를 받아야 하는 직업은 화장실에 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의자 뿐 아니라 화장실을 갈 권리도 함께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의자 제공을 해야 한다는 권고가 규칙에 있으니까, 상위단계인 법률로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선 24조가 적절한 조항이라고 봤다. 기존 5항에서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이란 예컨대 프레스 작업 등을 언급하는 것인데, 여기에 ‘동일한 자세’ 노동을 확대해 많은 서비스직 노동자들로 범위를 넓힌 셈이다.

원유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법안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등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고, 미처 이름을 담지 못했지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공감을 표해 왔다.

손아람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손아람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손아람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손아람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특히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서비스직으로 첫 사회경험을 시작하는 10대 청소년 등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원 의원실은 보고 있다. 이같은 민생 법안 발의는 지난 대선 경선 출마 때의 경험이 컸다고 한다. “민생 현장을 많이 다녔다. 원 의원이 홍대에서 노래하며 ‘버스킹’을 하고 청년 의견을 청취한 적도 있다. 당시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이 있어, 직접 대학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젊은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들어보는 그런 기획도 했는데 (회사 쪽에서) 부담스럽다고 해 무산됐었다.” 이번 법안 발의로 당시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한 ‘마음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격이다.

민주당 ‘필리버스터’를 언급한 칼럼에 상대 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실에서 “덕분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는 ‘감사 메시지’를 받은 손아람 작가의 반응은 처음엔 “아니 왜 여기서…?”에 가까웠다. “정의당 연락을 생각하신 건 아닐까(웃음). 글을 보니 처음엔 조금 놀라신 것 같지만, 기뻐해 주셔서 좋았다. 의원실 안에도 손 작가의 팬이 많다.”(이철호 보좌관) 손아람 작가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년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생각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해가 바뀔 때마다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보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최근 원유철 의원은 불법자금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기획했던 ‘민생 법안’ 발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1월 ‘소방전문치료센터’ 설립 관련 법안 발의에 이어, 12월에는 ‘김지영법’ ‘할마할빠법’ ‘워킹맘법’ 3종 민생법안(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김지영법은 국가의 아이 돌봄 지원사업 지원 대상 영역을 현행 ‘아이와 관련된 가사’에서 ‘기초적인 가사서비스’로 확대해 맞벌이 가정의 육아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할마할빠법은 조부모가 손주를 대리 양육하는 경우 각종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킹맘법은 학부모-교사상담시 직장에 휴가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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