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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아웅산 폭파사건 뒤에도 남북대화 했는데…한국당의 ‘망각’

등록 2018-02-25 22:33수정 2018-02-25 22:45

큰 위기 때마다 남북회담

김신조 청와대 습격 시도에도
박정희, 7.4공동성명 끌어내고
전두환정권도 정상회담 위해 대화
노태우 때 북방정책 대전환 거쳐
DJ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박근혜는 김정일 면담때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언급 안해
한국당·일부언론 ‘김영철 비난’
시대착오적 이중잣대 비판 일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25일 방남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실세로 남북대화 국면을 확대하고 북미대화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는 적임자다. 동시에 그는 2010년 국방위원회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주모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몇몇 신문은 그의 방남을 반대했고 자유한국당과 천안함 유족은 통일대교 남단에서 길을 막았다. 천안함 유족의 분노는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신문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부당하다.

홍준표(왼쪽에서 세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통일대교 남단에서 열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저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왼쪽에서 세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통일대교 남단에서 열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저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23일 치 사설에서 “정부는 김영철이 대한민국 영토를 밟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014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 북쪽 대표로 참석한 일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천안함 도발 주역 내보낸 북과 대화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설에서 “우리 입장에서 그는 전범이다. 그런 인물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남북 회담의 어려움이고 현실이다”라고 썼다. 박근혜 정부는 괜찮고 문재인 정부는 안 된다는 이중잣대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천안함 폭침 주범이고 히틀러 같은 전범자의 방한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포기하는 반역행위”, “대한민국을 배신한 이적행위”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주장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외면한 왜곡이다.

김일성 주석은 1950년 6월 25일 전면 남침을 감행한 인물이다. 3년 이상 계속된 전쟁으로 남북한 민간인과 군인, 유엔군, 중공군 등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전쟁 범죄자 김일성’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김일성 주석은 무장간첩이나 특수부대를 내려보냈다.

1968년 김신조 등 특수부대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목을 따’기 위해 청와대를 습격했다. 그런데도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보내 김일성 주석과 대화했다. 경제 발전과 체제 안정을 위해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필요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김일성 대화의 결실이었다.

1983년 10월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 공작원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터뜨렸다. 서석준 부총리 등 수행원과 보도진 17명이 숨졌고, 이기백 합참의장 등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군인들은 보복을 주장했지만 전 대통령이 만류했다. 1985년 허담 노동당 비서가 서울에 내려와 전 대통령을 만났다. 전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반목을 탈피하자”고 했고, 허담 비서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일성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후 장세동 안기부장과 박철언 특보가 북한으로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북한의 한-미연합 팀스피릿 훈련 취소 요구와 반잠수정 침투 등으로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아웅산 폭파사건에도 남북은 대화의 끈을 이어간 것이다.

‘공산국가에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3년 ’6·23 선언’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인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기였다. 중국·소련과 수교했고 고위급 회담을 열어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노태우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2년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을 사과했다.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호감을 기록해 두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 858기 폭파를 지시한 인물이라고 폭파범 김현희씨가 밝혔다.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한 이 사건으로 북한은 테러국가로 지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런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858기 폭파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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