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전수영/정치/2005.12.14(서울=연합뉴스)
[현장] 한나라당 장외투쟁 이틀째 지켜본 기자의 생각 “체질을 바꾸기는 힘들다”
‘역시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이틀째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을 지켜보며 든 생각입니다. 이규택 ‘사학법 무효 투쟁 및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14일 “한나라당이 ‘웰빙당’이란 이미지를 털고 이제는 야생마 같은 무서운 면을 보이고, 야당의 모습을 찾으려 거리로 나가자”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한나라당의 실천은 허술해 보입니다. 집회마다 127명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석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생마의 이미지는 좀체 떠오르지 않습니다.
첫날 원외투쟁, 박근혜 대표 40분 늦게 도착해 1시간 안에 끝내
원외투쟁 첫날인 13일 의원총회부터 의원들은 반만 왔습니다. 이어 열린 명동 집회도 추운 날씨 만큼이나 썰렁했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 탓인지 행인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도 40여분이나 늦게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제 모든 사학이 전교조 사학이 되어 영문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반미를 외치고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을 보며 탄성을 지를 것입니다. 학교가 이념과 정치 투쟁의 장이 되고 파업과 시위로 뒤바뀌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호응은 주변의 당직자들 사이에서만 맴돌았습니다. 집회는 1시간도 못 돼 끝났습니다.
같은 날 저녁 열린 서울역 광장 집회는 더 썰렁했습니다. 애초 오후 5시부터 2시간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5시40분께의 광장엔 구세군의 모금 종소리와 불우이웃을 돕자는 교회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만 울려퍼졌습니다. 집회는 30분을 채 못 넘겼습니다. 60여명 정도가 참석한 명동 집회와 달리 이곳엔 20여명의 의원만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각자 할당된 유인물을 나눠주곤 흩어졌습니다. 오전 명동 집회엔 이규택 본부장이 “집회 시간이 1시까지니 그때까지 유인물을 돌리자”고 독려했지만 서울역 집회에선 그런 이도 없었습니다. 의원들 참석독려한 박대표 참가않자 의원출석률 ‘뚝’…당직자 “원래 그래~” 이 집회엔 박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압박을 가한 그가 빠지자 출석률과 집회 지속시간이 모두 뚝 떨어진 것입니다. 한 당직자들은 “원래 그래~”라고 자조했습니다. 14일 한나라당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오전 집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열린 의총에서 박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는 분위기를 다잡았습니다. 박 대표는 “여론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 주판을 튕기면서 당리당략으로 손해가 되느냐 아니냐 따지는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강 원내대표도 “자꾸 눈알을 옆으로 굴려서 계책을 세운다면서 잔수를 생각하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의원총회를 마친 의원들은 전날과 같이 국회 본청 앞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강남터미널 경부선 쪽 광장 앞에 모였습니다. 박 대표는 전날과 같이 “모든 사학이 전교조의 사학이 될 것”이라며 전교조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김덕룡 의원도 1.5톤 트럭에 올라 “이 정권은 편향된 이념 교육을 통해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다”며 “사학이 이대로 가면 학원 평화란 없고 허구한 날 소란이 일고 참교육은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4일 터미널, 의원 60명 참가…박 대표 안보이자 일부의원들 택시 타고 ‘붕~’ 이날 집회의 의원수는 다시 6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당직자들도 기자들에게 “최소 60명은 왔다”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박 대표가 터미널 안으로 유인물을 나눠주러 간 사이 승용차나 택시를 타고 슬며시 자리를 떴습니다. 당 안에서는 이미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당직자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당이 끌려가고 있다”며 “박 대표가 지나치게 자주 국가 정체성 등 이념을 들먹인다”고 했습니다. 소장파 의원들은 강행 처리라는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참여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말엔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일부는 “날씨도 추운데 3일씩 하루에 2번이나 집회를 여는 것은 너무 길다. 1번으로 줄여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투쟁이 영 매가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주요 당직자는 “어차피 지지율과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지자들에게 지킬 것은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 이들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학법에 관해 8 대 2 정도로 불리한 여론을 6 대 4 정도로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원외투쟁의 분수령은 16일(금)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의원은 “이날 집회가 실패하면 박 대표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명분이 없으니 국회로 들어가자는 의견이 나올 것이고, 성공을 해도 이만하면 됐으니 등원하자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조기 등원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같은 날 저녁 열린 서울역 광장 집회는 더 썰렁했습니다. 애초 오후 5시부터 2시간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5시40분께의 광장엔 구세군의 모금 종소리와 불우이웃을 돕자는 교회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만 울려퍼졌습니다. 집회는 30분을 채 못 넘겼습니다. 60여명 정도가 참석한 명동 집회와 달리 이곳엔 20여명의 의원만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각자 할당된 유인물을 나눠주곤 흩어졌습니다. 오전 명동 집회엔 이규택 본부장이 “집회 시간이 1시까지니 그때까지 유인물을 돌리자”고 독려했지만 서울역 집회에선 그런 이도 없었습니다. 의원들 참석독려한 박대표 참가않자 의원출석률 ‘뚝’…당직자 “원래 그래~” 이 집회엔 박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압박을 가한 그가 빠지자 출석률과 집회 지속시간이 모두 뚝 떨어진 것입니다. 한 당직자들은 “원래 그래~”라고 자조했습니다. 14일 한나라당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오전 집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열린 의총에서 박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는 분위기를 다잡았습니다. 박 대표는 “여론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 주판을 튕기면서 당리당략으로 손해가 되느냐 아니냐 따지는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강 원내대표도 “자꾸 눈알을 옆으로 굴려서 계책을 세운다면서 잔수를 생각하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의원총회를 마친 의원들은 전날과 같이 국회 본청 앞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강남터미널 경부선 쪽 광장 앞에 모였습니다. 박 대표는 전날과 같이 “모든 사학이 전교조의 사학이 될 것”이라며 전교조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김덕룡 의원도 1.5톤 트럭에 올라 “이 정권은 편향된 이념 교육을 통해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다”며 “사학이 이대로 가면 학원 평화란 없고 허구한 날 소란이 일고 참교육은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4일 터미널, 의원 60명 참가…박 대표 안보이자 일부의원들 택시 타고 ‘붕~’ 이날 집회의 의원수는 다시 6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당직자들도 기자들에게 “최소 60명은 왔다”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박 대표가 터미널 안으로 유인물을 나눠주러 간 사이 승용차나 택시를 타고 슬며시 자리를 떴습니다. 당 안에서는 이미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당직자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당이 끌려가고 있다”며 “박 대표가 지나치게 자주 국가 정체성 등 이념을 들먹인다”고 했습니다. 소장파 의원들은 강행 처리라는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참여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말엔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일부는 “날씨도 추운데 3일씩 하루에 2번이나 집회를 여는 것은 너무 길다. 1번으로 줄여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투쟁이 영 매가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주요 당직자는 “어차피 지지율과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지자들에게 지킬 것은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 이들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학법에 관해 8 대 2 정도로 불리한 여론을 6 대 4 정도로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원외투쟁의 분수령은 16일(금)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의원은 “이날 집회가 실패하면 박 대표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명분이 없으니 국회로 들어가자는 의견이 나올 것이고, 성공을 해도 이만하면 됐으니 등원하자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조기 등원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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