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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내로남불’이 민주당 연상? 선관위 “투표독려 문구로 안 된다”

등록 2021-04-04 17:10수정 2021-04-04 20:59

“투표가 위선·무능 이긴다” 펼침막 불허
대선 때 ‘촛불’ 표현 불허 등 과잉규제 논란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로남불, 위선, 무능” 등의 표현이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하게 한다’는 이유로 투표 독려 문구로 불허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임을 선관위가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고 선관위의 허용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사무처는 최근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홍보 펼침막에 사용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문의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어서 사용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김예령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4일 “집권여당인 민주당 수호가 지나쳐, 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 인증한 선관위의 자승자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여성단체 연대모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한 서울을 원한다”는 펼침막 게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문구 허용을 둘러싼 논란은 중요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전과 서울의 시민단체가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 “촛불이 앞당긴 선거, 투표참여로 꽃피우자!”라는 펼침막을 게시하려 했으나 선관위는 불허했다. “‘촛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투표로 70년 적폐 청산! 투표로 새 나라!”라는 내용은 “적폐 청산은 특정할 수 없는 사회의 일반적 가치 표현에 해당한다”며 허용했다. 투표 독려 문구를 허용하는 선관위의 기준이 자의적이며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서는 특정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시설물·인쇄물 등을 설치·게시하는 행위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여러차례 냈지만 개정되지 못한 결과”라고도 했다. 선관위로서는 현행 선거법에 따라 정당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선관위가 특정 당이 연상되는 것에만 문제를 삼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을 넓게 해석해 유권자들이 선거운동을 보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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