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에 사과한 배경엔 이 문제에 매듭을 짓지 않고선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전반적 분위기도 송 대표의 사과가 적절하다는 쪽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검찰 수사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 달라도,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내로남불’ 논란엔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짙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사태에 대해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온 나라를 뒤흔들던 2019년 10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사과가 있었지만, 이는 곧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묻혔다. “책임감을 느낀다” “매우 송구하다”와 같은 이 대표의 발언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후에도 민주당 안팎에선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송 대표는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와 같은 훨씬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또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을 안긴 민주당의 “무책임함”에 대해 “아무리 속죄해도 부족하다”고 했다.
당내에선 송 대표의 사과 방식이나 수위가 나름 ‘균형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송 대표가 ‘내로남불’과 ‘성폭력’에 대해 이전 민주당 지도부보다 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장모 비리 사건이 불거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 가족과 동일한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과도한 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정성’의 문제를 통렬히 반성하는 등 두 가지 지점을 다 짚어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민심에 터 잡은 공식적인 표명으로서 적절했다”며 “말 한마디에 민주당이 변했다고 생각하기엔 이르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 쇄신의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 뒤 조 전 장관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요구해온 초선들도 지도부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조 전 장관 문제는 2030 의원들이 먼저 얘기했고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문제도 초선 전체 반성문에도 들어갔다”며 “의원들의 의견과 민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서 발표한 과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조 전 장관이 스스로 얘기했던 범위 안에서 국민들이 느꼈던 상심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두쪽으로 가르며 깊은 내상을 안긴 조국 사태가 송 대표의 이날 사과로 인해 여권 내에서 말끔히 정리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이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송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이들은 “당원들을 배신한 당대표”라며 “오히려 민주당이 조 전 장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앞으로 윤석열 전 총장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조 전 장관은 적극적인 발언으로 영향력을 더욱 높이려 하고 있다. 조국-윤석열 국면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고 친문 지지층의 혼란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 직후 공감을 표시한 대선주자들이나 일부 강성 친문 의원들은 ‘지도부의 뜻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제는 미래를 더 말해야 한다. 조 전 장관이 ‘나를 밟고 전진하라’고 한 것처럼 민주당은 다시 국민 속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송 대표의 사과 뒤 페이스북에 “조국 전 장관도 언급했듯이 스펙을 쌓을 수 없었던 청년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서운함도 있을 것이다. 동감한다”며 “조국의 말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한편,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은 이날 송 대표 사과 직후 페이스북에 “송 대표의 이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며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썼다.
송채경화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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