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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신이 수학에 숨긴 그림 찾았죠”

등록 2006-04-27 21:04수정 2006-04-27 21:06

지난해 찍은 가족사진. 앞줄 왼쪽이 황 교수, 딸, 어머니, 아버지, 조카, 뒷줄 왼쪽은 황 교수 부인, 누님, 조카딸, 조카, 여동생
지난해 찍은 가족사진. 앞줄 왼쪽이 황 교수, 딸, 어머니, 아버지, 조카, 뒷줄 왼쪽은 황 교수 부인, 누님, 조카딸, 조카, 여동생
수학계서 40년간 못 푼 ‘변형불변성 증명’ 풀어
국악인 황병기·원로작가 한말숙씨 아들
[이사람] 최고과학기술인상 받은 황준묵 교수

“기하학은 사람 심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과 같습니다. 숨어 있던 심리의 그림을 논리로 찾아내는 겁니다. 사실은 엄청나게 아름다운 그림인데, 안타깝게도 수학자들만 감상할 수 있죠.”

황준묵(43) 고등과학원 교수(수학부)는 한없이 털털한 말투로 꿈꾸듯 기하학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황 교수는 21일 제4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40여년간 기하학 가운데 풀리지 않는 문제였던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1997년부터 9년에 걸쳐 100쪽이 넘는 논문 네편을 통해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황 교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 3학년 때 수학으로 바꿨다. 물리학은 당시 한국의 아인슈타인을 꿈꾸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고교 시절 그는 수학을 전공하면 으레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강사 길만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우연히 들은 수학수업이 훨씬 재미있었고, 순수수학 세계에도 눈을 뜨게 됐다.

“20대에는 자신에게 뭐가 잘 맞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해보면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해요.”

황 교수의 아버지인 국악인 황병기씨도 학부 전공은 법학이었다. 한국전쟁 피난길에 부산에서 우연히 들은 가야금 소리에 매료된 뒤 가야금은 황씨의 평생 전공이 됐다. 그는 국악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한국 창작국악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교수 남동생 원묵씨는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의료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여동생 수경씨 역시 학부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지금은 불교 연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전공 바꾸기’는 집안 내력인 듯싶다.

황 교수 어머니는 원로 작가 한말숙씨. 〈어떤 죽음〉, 〈장마〉 등이 대표작이다. 부모는 국악과 문학에서, 자녀들은 수학과 의학, 불교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창작가 집안’은 아니라고 굳이 말한다. 자신이 하는 기하학은 ‘창작’과 다르다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발견’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원래 신이 만들어 놓은 걸 찾아내는 것이지요.”

그는 남들이 좋다는 걸 좇아 하지 않고 순수수학에 ‘올인’하는 후배들을 볼 때 가장 흐뭇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순수수학을 ‘순수’수학으로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논문 숫자나 논문인용 횟수로 수학자를 평가하는 풍토 때문에 미개척 분야를 연구하다가 손쉬운 분야로 돌아서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순수 수학은 연구 내용을 평가해야 해요. 그래야 아름다운 그림을 ‘발견’하고픈 수학자들을 격려할 수 있습니다. ”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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